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9-14 20:32:08
  •   

  • 동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TV에서도 동물과 관련된, 비록 몇몇 반려동물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프로그램들이 많이 편성되어 있어 쉬는 날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넘기다 보면 한두 편은 쉽게 접하게 된다. 동물에 대한 학대와 같은 이슈들도 언론을 통해 자주 확인된다. 최근에는 길고양이에 대한 학대 행위에 실형을 선고하는 등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이 세상은 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현실은 법이 동물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다. 동물보호법처럼 동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도 있지만, 동물의 보다 일반적인 내용은 일반적인 법을 통해서 확인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들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을 보면, 세상의 형체 있는 것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그 취급을 달리한다. 하나는 인간이고 나머지는 물건인데, 이렇게 물건이라고 칭함은 통상 소유와 거래의 대상으로 삼기 위함이고, 이러한 이유에서 물건을 권리의 객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러한 권리를 누리는 유일무이한 주체가 된다. 인간의 존엄을 감히 재론조차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최고의 가치로 전제하는 것은 인간이 만든 법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측면이기도 하므로, 이러한 구분은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큰 어려움 없이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법의 태도에 따르면, 인간 말고도 살아 숨 쉬는 동물들은, 어쨌든 인간이 아닌지라, 물건이 된다. 그리고 물건은 대개 그 자체로서 보호받지는 못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법의 태도에 있어 주목할 만한 변화가 관측된다. 지난 7월 19일 우리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추가하는 민법 개정안을 예고한 바 있다. 사실 이 내용은 그다지 혁신적인 것은 못 된다.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이 논의된 바 있고, 그 내용 역시 유럽, 특히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나라에서 일찍이 도입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래도 이 법이 효력을 가지게 되면, 그동안 우리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는 외국법에 기대어 이루어졌던 동물보호(혹은 동물학대 금지)의 노력은 더 큰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작 법을 연구하는 법학자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규정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하게 설명해 내기가 쉽지 않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동물은 여전히 소유와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고(심지어 최근에는 길고양이의 유체에 대한 반환청구가 법원에 의해 인정되었는데, 사실상 소유권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론이 따르고 있다), 또한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 동물을 권리의 주체로 파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줄 것 같지도 않다(물론 법 이전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자연권을 떠올리면, 최소한 생명권과 같은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인정될 수도 있겠지만, 육식과 동물 시험이 존재하는 인간 본위의 세상에서 그것들이 온전하게 지켜진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외국의 입법이나 우리의 개정안에 포함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문장도 그 모호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결국 이는 우리로 하여금,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식을 하게끔 요구한다. 그동안 ‘최소한 법적 측면에서는’ 인간이거나 아니거나로 나누어졌던 세계는 동물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고 있고(물론 그렇다고 해서 법이 가지는 인간 본위의 색채가 희석되었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는 앞으로 새로운 입법과 해석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것들이 이야기되고 있다. 동물을 강제 집행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거나, 동물을 죽인 경우 더 이상 재물 손괴가 아니라거나, 이혼 시 동물은 재산 분할의 대상이 아니라 양육권의 대상이라는 것들이 그 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동안의 세상이 법에 투영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살아갈 세상을 법이 만들어가기도 한다. 동물에 대한 사회의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 이때에, 법이 어떠한 모습으로 형성될지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