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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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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노후-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 기사입력 : 2021-09-13 20: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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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흐름은 그렇게 또 이어진다. 바다를 향해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사람은 덧없고 속절없는 그 세월 속에 또 이렇게 익어간다.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영그는 과일처럼. 어제와 별반 다름없는 오늘, 속도감 있게 달려온 지난 시간의 무게에서, 삶의 실체를 만나긴 어려웠다. 나의 노후는 어떤 모습일까. 우아하고 행복하게 살아질까? 일찍이 퇴직하신 선배님들 뿐 아니라, 이제는 중장년에 오른, 나를 포함한 5060세대의 주된 관심사다. 100세 시대가 순식간에 우리 곁에 다가와 서 있다. 운이 나쁘면 병석에 누워 10년을 골골할지, 20년을 골골할지, 30년을 골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살아 봐야 알 수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어느덧 노후, 늙어진 뒤의 삶이 기다린다.

    사회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개인의 삶에 피로감을 가져다준다. 국가 부채는 1000조를 넘어서고, 가계 부채는 1800조를 넘었다. 현 정권이 지향하는 팽창 일로의 확장 재정이 2022년은 본예산만 600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노인의 기대 수명은 높게 나타난 반면, 노인의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고, 노인 자살률 또한 1위다. 여기에 2021년 5월 통계청의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는,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 삶의 민낯을 드러낸다. 조사대상 고령층 인구 55~79세 1476만 명 중, 공적연금과 개인연금을 받는 비율은 48.4%(714만 명)이고, 이들이 받는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64만 원이다. 이들 중 월 수령액이 25만~50만 원 받는 비율이 38.1%이고, 150만 원 이상 수령자는 9.5%에 그쳤다. 문제는 연금 수령 0원인 노인들이 762만 명인 것이며, 수령자 대부분 역시 용돈 수준 정도의 연금 생활자로, 월 1인 가구 기초생활비 109만 원에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불편한 진실로서,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늙음이 단순한 물리적 나이 듦은 아닐 것이다. 노화의 지속적인 진행과 인체 기능의 퇴화는 우리 모두에게 서서히 다가오며, 이에 더해 정신적 원숙미도 함께 오는 벗인 것이다. ‘100세를 살아보니’의 저자인 노교수 김형석은 인생의 가장 복된 시기를 65세에서 75세로 명명했다. 100세를 넘어 사신 개인의 경험에서 하신 말씀 인지라, 타인에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시기가 가족의 부양과 부모님의 봉양 부담을 거의 마친 때 인지라, 인생을 관조하고 지혜를 구현 하기에 적합한 시기인 듯하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공화국의 모 변호사는 노 교수님의 깊이 있고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 중 한 부분을 지적하며, 이분법적 참견을 하는 가당치 않은 도발을 감행했다. 말 많은 시대에 황폐한 인간 군상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바이러스 변형은 계속된다.

    우세종 인도 발 델타 변이가 맹위를 떨치는 중에, 남미 콜롬비아 발 뮤 변이가 관심 변이로 일본까지 다가왔다. 정부와 유력 대선 후보들이 위드 코로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순간에도, 역병의 창궐은 이어진다.

    이 와중에도 계절의 순환은 변함이 없다. 가을이 온다. 북면 들녘의 논에, 고개 숙이며 벼가 익어간다. 이 논은 정갈하게 피 하나 없고, 저 논은 피와 잡초가 군데군데 보인다. 사람이 하는 일이 다 그렇다. 5060세대는 이미 정년을 하였거나, 곧 정년을 앞두고 있다. 정년은 익숙함과의 결별이다.

    함께 생활한 조직 동료와 이별이며, 많은 시간을 혼자 계획하고 설계해서 지내야 한다. 이제까지 자신을 나타낸 명함이 없어진다. 직함에 대한 금단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지금까지 당뇨, 고혈압 등의 각종 지병이 있다면, 친구처럼 잘 예우해서 한평생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공부도 해야 한다. 장성한 자식이 걱정스러워도 이제는 적정 거리를 두어야 한다. 시간이 나면 중견 기업 P부장의 ‘노후 수업’ 강의도 들어보자.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남았다. 벌써 추석이다.

    김흥구(행복한요양병원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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