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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로나 추석-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9-08 20: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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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 길지 않은 기다림일 줄 알았다. “불효자는 ‘옵’니다”는 현수막은 다음 해를 기약하는 재치 있는 ‘패러디’ 정도로 웃어넘겼다. “귀성은 불효”라며 고향길을 자제했던 인고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은 올해도 온 가족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스크로 세상을 가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은 명절 풍속도를 바꿨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넉넉한 덕담은 아스라한 추억이 됐다.

    ▼‘민족 대이동’은 단순한 귀성을 넘어 뿌리를 찾아 회귀하는 원초적 이끌림이다. 고향은 고달픈 객지의 삶을 위로하고 활력을 충전하는 공간이다. 가족은 서로 의지하고 다독이는 영혼의 안식처다. 하지만 올해도 고향 가는 발걸음은 뚝 끊길 것 같다. 첨단 과학 시대를 자부하는 인류도 80~100nm(나노미터. 1000만분의 1㎝) 초미세 바이러스 공포에 결박당했다.

    ▼설과 추석이라야 자식과 얼굴을 맞댈 수 있던 부모의 상실감도 적지 않다. 핵가족에 따른 노인의 고독병을 지칭하는 LID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자녀는 분가하고, 의지할 주변인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 손실(loss)로 인한 고독에 빠진다. 대화 상대를 잃은 채 소외(isolation)되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하면 우울증(depression)에 빠진다. 비대면·거리두기 사회는 삶의 질을 갉아먹었다.

    ▼추석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족의 왁자지껄함이 그리운 즈음이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정을 나누던 명절의 훈훈한 기억이 어슴푸레한 얘깃거리로만 남을까 노파심이 앞선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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