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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얘들아, 마을학교 가자”- 김미자(화가·부곡온천문화예술협회 대표)

  • 기사입력 : 2021-09-08 20: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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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난히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토요일 오후. 오늘도 마을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다. 언제나 가장 먼저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데려다주시는 초등학생 두 형제이다. 연이어 다른 아이들도 땀에 젖어 수업시간에 맞추어 도착한다. 주말 오후에 학교에 가지 않으니 마음껏 놀고 싶을 텐데, 꼬박꼬박 와 주는 아이들이 참 고맙다.

    마을학교란 전국의 희망 지역에 ‘행복교육지구’를 지정하고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지역의 교육 자원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교육 사업이다. 특히 도시와 달리 학원과 같은 교육시설이 부족한 소도시, 시골의 아이들은 학교 일과를 마치고 남은 시간을 보낼 장소가 마땅치 않다. 주말이나 방학 중에는 더욱 그렇다. 마을학교 사업은 여기 창녕과 같은 농촌 지역에 꼭 필요한 제도로 우리 마을에서는 몇 분 지역의 선생님들과 뜻을 모아 봄부터 1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있다.

    마을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달리 정해진 교육과정도 시험도 없다. 학교에서는 미처 경험할 수 없는 비누·양갱 만들기, 드론체험, 미술치료 등 다양한 체험수업 위주로 운영되어 출결에 강제성을 띠지 않아도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열심히 참여한다. 수업에 필요한 재료와 강사료는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고 선생님들은 다양하게 수업을 준비하신다.

    오랜 기간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만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지, 학교를 떠나오고서야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 자연은 말이 없이 가르치지 않아도 그 자체가 훌륭한 스승이 되는 것처럼 우리는 자연을 보면서 스스로 ‘깨우침’을 경험한다. 연일 뉴스에 우울한 기사가 전해진다. 입에 담기에도 힘든 인명 경시 사건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도 분명히 학교나 가정교육을 받고 윤리나 도덕에 대해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 왜 이런 불행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깨우침’보다 ‘가르침’의 교육에 치중한 때문이 아닐까? 마음이 무겁다. “얘들아, 마을학교 가자.” 오늘도 손자들은 할아버지가 데려다주신 마을학교에서 신나게 공부하고 있다. 마을학교에서 ‘깨우침’의 교육효과를 기대해 본다.

    김미자(화가·부곡온천문화예술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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