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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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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72) 근무력증 앓는 엄마와 사는 희영군

병마와 싸우며 뼈만 남은 엄마, 형편 어렵지만 씩씩한 우등생 아들
약 없인 숨 쉬고 눈 뜨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
홀로 아들 키우며 대부분 집에서만 생활

  • 기사입력 : 2021-09-07 0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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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이 저보고 ‘엄마는 유령’이래요. 몸이 불편해 잘 못나가니까요. 손잡고 같이 산책하고 싶대요.”

    160㎝가 넘는 키에 몸무게 37㎏,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여진(49·가명)씨는 중학교 때부터 중증 근무력증을 앓고 있다.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 약을 먹지 않으면 숨을 쉬고, 눈을 뜨거나 말하는 것조차 힘들다. 약 먹을 때 마시는 물도 삼키는 것이 어려워 음식은 손대지 못하고 과일이나 두유, 요거트 등으로만 연명하고 있다. 야윈 몸이 더 말라간다. 저혈압도 심해 움직이는 건 예삿일이 아니어서 대부분 집안에서만 생활한다.

    이제 갓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된 아들 희영군(7·가명)은 힘이 넘친다.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익혔던 피아노를 종일 치기도 하고, 방송댄스를 추거나 밖에 나가서 한참을 뛰놀다오기도 한다. 미혼모로 혼자 자신을 키워온 엄마를 도와주는 일도, 기쁘게 해주는 일도 열심이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땐 병실 전체 어른들의 잔심부름도 도맡아 했을 정도로 살갑다. 학교에선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고, 집에선 분리수거도 척척 해내며 취미인 피아노 연주로 엄마가 좋아하는 곡을 들려준다.

    병원비·약값·각종 생활비로 살림 빠듯
    “공부 잘하고 엄마 잘 도우는 살가운 아들
    자전거·휠체어 사서 같이 나들이 하고파”

    지난 26일 김해에 사는 희영군과 여진씨가 김해시청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26일 김해에 사는 희영군과 여진씨가 김해시청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희영군은 어려운 형편에도 몇 개월 전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학원비가 비싸 다니기 어렵다고 말렸지만, 희영군이 직접 김해 한 피아노 학원에 찾아가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해 엄마는 학원 원장선생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얼마나 배우고 싶었으면 그랬겠나 싶기도 하고, 꼬마가 학원을 찾아가서 엄마한테 전화를 대신 해달라고 한 용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죠. 너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다니게 하고 있어요.”

    이것 말고도 여진씨는 아들에게 미안한 것투성이다. 몸이 성치 못하다보니 직접 음식을 못해주는 것도,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것도, 사달라고 몇 개월째 조르는 자전거를 선뜻 사주지 못하는 것도, 엄마가 아픈 걸 알고 자신을 떠날까 분리불안을 앓는 것도 마음에 사무친다 했다.

    “그릇을 들고 설거지하는 것도 버겁다보니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반찬을 주문하거나 해서 먹는데, 그마저도 잘 안 먹어서 주로 편의점 같은 데서 햄버거나 빵, 컵라면, 우동 같은 걸 먹더라고요. 제대로 못 먹이는 것 같아 안쓰럽죠. 좋은 거 먹이고 싶은데 눈 뜨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게 근육을 쓰는 일이다 보니 재택 아르바이트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앞으로의 걱정은 더 크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가며 LH임대주택에 살고 있지만 병원비, 약값, 학원비 등 각종 생활비를 제하면 저축은 할 수 없다.

    희영군이 자라나는 속도에 엄마는 조급해진다. 엄마가 쓰러졌을 때 곁에 있던 시민과 같이 119를 부르는 착하고 똑똑한 아들이 경찰의 꿈을 꾸는 것을 도와주고 싶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같이 있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게 되면 희영이가 갖고 싶어했던 자전거와 제 전동휠체어를 사서 짧게나마 같이 바깥 나들이를 해보고 싶어요, 나머지는 아들 위해 꼭 저축하겠습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8월 10일 16면 말기암 투병 엄마와 호두까기 증후군 앓는 주희네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98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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