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72) 근무력증 앓는 엄마와 사는 희영군
병마와 싸우며 뼈만 남은 엄마, 형편 어렵지만 씩씩한 우등생 아들약 없인 숨 쉬고 눈 뜨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홀로 아들 키우며 대부분 집에서만 생활
- 기사입력 : 2021-09-07 08:04:22
- Tweet
-
“아들이 저보고 ‘엄마는 유령’이래요. 몸이 불편해 잘 못나가니까요. 손잡고 같이 산책하고 싶대요.”
160㎝가 넘는 키에 몸무게 37㎏,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여진(49·가명)씨는 중학교 때부터 중증 근무력증을 앓고 있다.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 약을 먹지 않으면 숨을 쉬고, 눈을 뜨거나 말하는 것조차 힘들다. 약 먹을 때 마시는 물도 삼키는 것이 어려워 음식은 손대지 못하고 과일이나 두유, 요거트 등으로만 연명하고 있다. 야윈 몸이 더 말라간다. 저혈압도 심해 움직이는 건 예삿일이 아니어서 대부분 집안에서만 생활한다.
이제 갓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된 아들 희영군(7·가명)은 힘이 넘친다. 유튜브를 통해 독학으로 익혔던 피아노를 종일 치기도 하고, 방송댄스를 추거나 밖에 나가서 한참을 뛰놀다오기도 한다. 미혼모로 혼자 자신을 키워온 엄마를 도와주는 일도, 기쁘게 해주는 일도 열심이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땐 병실 전체 어른들의 잔심부름도 도맡아 했을 정도로 살갑다. 학교에선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고, 집에선 분리수거도 척척 해내며 취미인 피아노 연주로 엄마가 좋아하는 곡을 들려준다.
병원비·약값·각종 생활비로 살림 빠듯
“공부 잘하고 엄마 잘 도우는 살가운 아들
자전거·휠체어 사서 같이 나들이 하고파”
지난 26일 김해에 사는 희영군과 여진씨가 김해시청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희영군은 어려운 형편에도 몇 개월 전부터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학원비가 비싸 다니기 어렵다고 말렸지만, 희영군이 직접 김해 한 피아노 학원에 찾아가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해 엄마는 학원 원장선생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얼마나 배우고 싶었으면 그랬겠나 싶기도 하고, 꼬마가 학원을 찾아가서 엄마한테 전화를 대신 해달라고 한 용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죠. 너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다니게 하고 있어요.”
이것 말고도 여진씨는 아들에게 미안한 것투성이다. 몸이 성치 못하다보니 직접 음식을 못해주는 것도, 같이 놀아주지 못하는 것도, 사달라고 몇 개월째 조르는 자전거를 선뜻 사주지 못하는 것도, 엄마가 아픈 걸 알고 자신을 떠날까 분리불안을 앓는 것도 마음에 사무친다 했다.
“그릇을 들고 설거지하는 것도 버겁다보니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반찬을 주문하거나 해서 먹는데, 그마저도 잘 안 먹어서 주로 편의점 같은 데서 햄버거나 빵, 컵라면, 우동 같은 걸 먹더라고요. 제대로 못 먹이는 것 같아 안쓰럽죠. 좋은 거 먹이고 싶은데 눈 뜨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게 근육을 쓰는 일이다 보니 재택 아르바이트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앞으로의 걱정은 더 크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가며 LH임대주택에 살고 있지만 병원비, 약값, 학원비 등 각종 생활비를 제하면 저축은 할 수 없다.
희영군이 자라나는 속도에 엄마는 조급해진다. 엄마가 쓰러졌을 때 곁에 있던 시민과 같이 119를 부르는 착하고 똑똑한 아들이 경찰의 꿈을 꾸는 것을 도와주고 싶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같이 있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게 되면 희영이가 갖고 싶어했던 자전거와 제 전동휠체어를 사서 짧게나마 같이 바깥 나들이를 해보고 싶어요, 나머지는 아들 위해 꼭 저축하겠습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8월 10일 16면 말기암 투병 엄마와 호두까기 증후군 앓는 주희네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198만2000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