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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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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96) 안로회소(安老懷少)

- 나이 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어린이를 품어준다.

  • 기사입력 : 2021-09-07 08: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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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어(論語)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인 안회(顔回)와 자로(子路)가 공자를 모시고 있었다. 공자께서 “자네들 뜻을 말해 보지 않겠나?”라고 했다.

    용기가 있고 성질이 급한 자로가 “저의 수레나 말과 가벼운 가죽털옷을 친구와 함께 사용하다가, 망가지거나 떨어져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학문을 좋아하고 침착한 안회는 “저가 잘하는 것을 자랑하지 않고, 저의 공로를 떠벌리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자로가 “선생님 뜻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공자께서는 “나이든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를 믿어 주고, 어린 사람들을 품어 주겠네”라고 대답했다. 세 분의 말씀이 모두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 거스르지 않고 잘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공자의 말씀이 더욱더 범위가 넓고 크다.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각각 가장 적절한 위치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돌보겠다는 뜻이다.

    자로도 남을 배려하지만 약간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고, 안회도 다른 약간 수양적인 측면에 국한되어 있다. 지금의 노인들도 다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때 국가민족이나 집안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지금은 별 능력이 없고 할 일도 별로 없다. 그래서 대우를 못 받는 것이 사실이다. 연금을 다 잃고 아들 집에 붙어사는 교수 출신의 어떤 노인이 자신을 육비당(六非黨)이라고 일컫는다고 했다. 자신의 삶은 “사는 것도 아니고(非生) 죽은 것도 아니고(非死), 집에 들어가면 주인도 아니고(非主) 손님도 아니고(非賓),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非夢) 깨어 있는 것도 아니다.(非覺)”라는 뜻이다.

    지금 노인들 가운데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안타까운 이들이 많다. 국가가 배려를 하고 있지만, 우리 각자가 자기 주변에서 돌보아야 한다. 지금의 젊은이도 머잖아 곧 노인이 될 것이니,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곧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며칠 전 변호사라는 사람이 정부를 비판한 김형석 교수를 두고 “오래 사는 것은 위험하다”는 막말을 하였고, 또 해명이라고 내놓은 말에 “노인들은 80살 정도에 곡기를 끊는 것이 적당하다”라고 했는데, 모든 노인들에게 자살을 권유하는 말이 되었으니, 더 문제가 크다.

    사람의 건강이나 능력을 나이로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80살이 넘었다고 다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명정승으로 칭송받는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미수(眉) 허목(許穆) 등은 80살이 넘어, 동고(東) 이준경(李浚慶),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 등은 70살이 넘어 현직 정승으로 나라를 잘 이끌었다. 오늘날 같으면, 100세, 90세에 해당되는 나이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올해 80살이다.

    노소간의 갈등을 일으킬 말을 사회지도층의 있는 변호사가 거리낌 없이 한다는 것은, 예의도 상식도 없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대로 나이든 분들이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젊은 사람들이 공경하고, 친구들은 서로 믿고 의지하고, 어린 사람들은 어른들이 품어주는 세상이 되어야,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 安 : 편안할·편안히 해 줄 안.

    * 老 : 늙을 로. * 懷 : 품을 회.

    * 少 : 젊을 소.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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