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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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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도 사람이 산다] (17) 진주 엉가들이 만든 희망, 비봉 새뜰마을

시즌Ⅲ 도시재생 ② 진주 비봉새뜰마을

  • 기사입력 : 2021-09-02 21: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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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 유명 사찰인 의곡사로 가는 길목,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집들 사이로 신축 건물 하나가 눈에 띈다. 올해 5월 개소한 주민커뮤니티센터 ‘대봉(비봉)새뜰센터’다. ‘대봉숲’ 간판이 붙은 1층에 들어서면 조명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말끔한 식당이 나온다.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르며 운영까지 맡은 ‘엉가(언니)’들의 정체는 마을주민들. 지난 2016년부터 다같이 잘 사는 마을을 꿈꾸며 마을과 동네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법을 고민하고 있다. 통통한 홍합살과 향 좋은 미역이 들어간 칼국수를 후루룩 넘기고 ‘엉가’들이 직접 담은 오미자청 에이드를 마실 수 있는 이곳에서 영업을 막 끝낸 이들과 최근 5년간의 마을 변천사를 들었다.

    ◇낙후된 마을, 새뜰 만나다

    진주 상봉동과 봉래동이 이어진 이 지역은 시가지에서 가까우나 낙후된 동네였다. 30년 넘은 노후주택이 대다수로 집값이 저렴하다 보니 주로 노인과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거주했다. 진주시가 이 지역을 도시 내 주거환경 취약지구를 개선하고 주민공동체 중심으로 자활 의지를 심기 위해 추진하는 국토부·지역발전위원회 ‘새뜰마을사업’에 공모했고, 지난 2016년 2월 선정됐다. 보통 지자체가 사업을 진행하지만, 진주의 새뜰마을 사업은 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위탁했다. LH 본사가 진주로 이전한 이후 LH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사회공헌활동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에 먼저 위탁을 제안하며 시작된 것이다. 새뜰마을사업을 LH가 추진하는 전국 유일한 사례다.

    수치로 측정한 이곳의 낙후 정도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주택의 80%가 불량도로에 맞닿아 있었으며 불법 건축물이 밀집돼 있고 진입로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곳이 35%였으며 곳곳에 빈집과 폐가가 많아 안전상 문제도 있었다. 주민들의 주거 환경과 처지도 나빴다. 사업대상지 총 인구 370명 가운데 고령인구가 30%였으며 197세대 중 80세대가 독거세대이고, 77세대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었다. 노후주택이나 고령에다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아 수리하지 못한 채 그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빈집을 새단장해 위험상황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방재쉼터로.
    빈집을 새단장해 위험상황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방재쉼터로.
    방치됐던 쉼터를 정비해 깨끗한 휴식공간으로.
    방치됐던 쉼터를 정비해 깨끗한 휴식공간으로.
    보행 시 위험이 없도록 옹벽을 개선한 모습.
    보행 시 위험이 없도록 옹벽을 개선한 모습.

    ◇집 안팎이 바뀐 마을

    “마을이 훨씬 깨끗해지고 다니기도 편해요. 확실히 살기 좋아졌죠.”

    마을 현장조사를 거친 뒤 주민 협의체를 꾸리고, 사업을 진행할 사무실 ‘비봉두레센터’를 설치한 후 2017년 9월부터 본격적인 환경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냄새나고 보행에 위험할 수 있는 노출된 하수로를 덮고, 자전거도 들어가기 어려웠던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재포장해 보행 공간을 확보하고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도배·장판, 싱크대 교체 등 노후주택의 집수리와 더불어 1급 발암물질이 있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고 안전한 지붕을 얹었다. 공·폐가는 청소와 도색을 하고, 외부에서 진입을 못하도록 안전막을 쳤으며 일부 폐가는 단장해 위험 시 대피할 수 있는 방재쉼터로 조성했다. 골목이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도 많기에 대피지역을 만들어둔 것이다.

    비봉새뜰사회적협동조합 강순화(63) 이사는 “마을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가로등도 몇 없었는데 밝은 LED 가로등으로 교체되고 CCTV 설치 구간이 늘어나서 훨씬 안전하고 무섭지 않은 길이 됐다”며 “정성 들인 벽화와 함께 골목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방치됐던 동네
    상봉·봉래동 사이 노후마을
    고령·독거·기초수급자 등
    주민 대부분이 취약계층

    새뜰마을 만나
    2016년 정부공모 선정·LH 위탁
    환경개선·휴먼케어 등 전개
    이웃교류 늘고 자활의지 생겨

    더 나은 마을로?
    지난해 사회적조합도 설립
    주민 40여명 동참 수익사업
    치매·난타 취미교실도 열어

    난타 수업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진주 비봉새뜰마을/
    난타 수업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진주 비봉새뜰마을/
    비봉새뜰마을 주민들이 천연제품 만들기를 하고 있다. /진주 비봉새뜰마을/
    비봉새뜰마을 주민들이 천연제품 만들기를 하고 있다. /진주 비봉새뜰마을/

    ◇휴먼케어에 주민들이 웃다

    환경을 개선하는 부분만큼 이 사업에서 중요시한 건 주민들의 삶을 자발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게끔 돕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봉새뜰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했다.

    LH경남지역본부 도시재생사업부 최우진 주임은 “당시만 해도 도시재생 분야에서 ‘휴먼케어’에 대한 비중이 낮아 시작부터 굉장히 막막해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마냥 공동체를 조직하고 교육하는 곳을 섭외했다”며 “주민 한 분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원하는 바를 정리해 사업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돌봄과 일자리였기에 요구에 맞춘 분과를 조직하고,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이 진행됐다. 진주중학교와 협약을 맺고 안마·말벗 봉사를 시작하고, 노인 돌봄으로 찾아가는 치매예방교실 뇌팔청춘, 노년층과 어린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깔깔숲 놀이터 등도 열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국선도와 난타·민요교실도 어르신들의 인기를 끌었다.

    김미영(63) 이사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뵐 때 파스나 계란 한 줄이라도 갖고 가는 데다 평소 대화도 거의 못하시다 보니 갈 때마다 굉장히 반가워하신다”며 “국선도 등도 체조와 같이 몸을 풀 수 있어 끝나고 나면 생기를 얻고가는 기분이라고 하셔서 보람된다”고 밝혔다.

    치매예방교실 뇌팔청춘에 참여한 주민들./진주 비봉새뜰마을/
    치매예방교실 뇌팔청춘에 참여한 주민들./진주 비봉새뜰마을/
    국선도 수업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진주 비봉새뜰마을/
    국선도 수업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진주 비봉새뜰마을/

    ◇지속가능한 주민공동체로

    1층은 식당으로, 2층은 마을돌봄공간으로 꾸린 ‘대봉(비봉)새뜰센터’가 올해 개소하면서 마을 주민공동체의 거점이 완성됐다. 조직에도 변화를 줬다. 국토부의 새뜰마을사업이 종료돼도 지속가능한 마을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그간 유지해오던 주민위원회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화한 것이다. 2018년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해 지난해 4월 법인 인가를 얻어 ‘비봉새뜰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주민 40여명이 현재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봉숲 식당카페를 운영하며 마을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뜰경영위원회’, 국선도·치매예방교실 등 마을 기반 돌봄·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돌봄위원회’, 어르신 장수기원 국수잔치 개최, 주민나들이 등 마을공동체 및 조합간 연대 활동을 취진하는 ‘조직교육위원회’로 나눠져 있다. 주민들은 새뜰마을 사업을 하면서 이웃이 한데 모여 교류가 활발해진 부분도 의미 있다 여긴다. 책임감과 의무감이 무겁고, 때론 서로 얼굴을 붉힐 때도 있지만 마을과 주민에 대한 애정으로 마을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봉새뜰마을 주민회의. /진주 비봉새뜰마을/
    비봉새뜰마을 주민회의. /진주 비봉새뜰마을/

    김영란(62) 이사는 “예전에 하던 봉사활동이 개인적 차원에 머물렀다면 마을의 조합 단위로 일을 하면서 더 크고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며 “함께 하는 일이니 게을러질 수 없어 열심히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 조합은 현재 운영하는 식당·카페 등의 사업에서 생긴 이윤으로 어르신들이 쉽게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마을버스를 구입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비봉새뜰사회적협동조합 이정문 이사장은 “부지를 고르고 주민을 설득해 어렵게 지은 센터를 많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식당 운영이 생각만큼 되지 않아 걱정이지만 조합원들과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며 “앞으로는 마을기업 형태로 발전시켜 주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마을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은 만큼 대봉숲에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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