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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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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은빛도원도- 김미자(화가·부곡온천문화예술협회 대표)

  • 기사입력 : 2021-09-01 20: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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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 아름다운 농촌 마을에 작은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장은 마을의 복지회관이고 그림들을 벽에 붙이거나 화판에 압핀으로 고정시켜 놓기도 하고 나무이젤에 세우거나 패널 액자를 바닥에 기댄 그야말로 여태 본 것 중에 가장 소박한 전시회였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마을의 어르신들로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지원 프로그램에 1주일에 한번, 10회 정도 참여해 제작한 결과물이 전부 전시 작품이다. 거의 모든 분들이 평생 한 번도 제대로 그림을 그려 본 경험이 없거나 그림 전시장에 가본 적도 없는 분들이다. 전시회 축하 글을 부탁받고 인사말을 직접 전해드리고자 초대돼 어르신들과 함께한 오프닝 행사는 마을 잔치 분위기였다. 크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잔잔한 미소와 함께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참 평화롭게 기억된다. 다행히 사진첩에 남아 있는 그날의 기록을 보면서 지금 마을에 가면 그때 행사에 참여하신 분 중 몇 분이나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필자도 시골집에 노모가 혼자 계신다. 아흔이 다 되셨지만 거동이 약간 불편한 것 외에는 아직도 식사며 일상생활에 크게 무리 없이 지내신다. ‘100세 시대’란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우리 세대에는 더욱 긴 노후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우리 다음 자식들의 세대는 아마도 ‘150세 시대’가 될 가능성도 기대된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의료복지 혜택이 높아지고 급속하게 다가온 은퇴 이후의 긴 시간의 삶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 문제, 그리고 노년에 할 수 있는 일거리, 취미 생활 등 여러 가지가 개인과 사회적 과제로 다가온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쉽지 않은 문제지만 모든 세대가 함께 보듬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은빛도원도’ 전시회 행사에서 뵈었던 어르신들은 그림 전시회를 열어서 행복하기보다는 이 행사로 모인 사람들과 함께한 만남이 그리웠던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 그때 쓴 전시 축하 글을 다시 읽다가 유독 한 문장에 시선이 머문다. 어르신, 그분들의 삶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김미자(화가·부곡온천문화예술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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