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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기후미술관- 주재옥 (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9-01 0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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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옥 경제부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6월 앞마당에 사람보다 큰 고사목을 들여왔다. 기후 스트레스로 말라 죽은 백두대간 정암사 숲의 전나무를 전시작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기후미술관 : 우리 집의 생애’ 전시장엔 박제된 멸종위기의 산양과 북극곰, 녹아내리는 빙하, 플라스틱과 독극물로 오염된 물 등 환경파괴 현장을 미술관으로 옮겨왔다. 기후위기 시대, 미술관의 대응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전시장에 ‘쓰레기 더미’를 등장시켰다. 전시 후 나오는 폐기물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페인트칠도 안 한 조립식 벽에 작품을 걸고, 홍보물은 이면지를 활용했다. 소장품도 공유재로 활용했다. 이 뿐만 아니다. 작품 설명은 캘리그라피 작가가 손글씨를 썼다. 프린트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미술관 : 미술과 환경’ 전시는 환경문제에 대한 미술관의 내부 고발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두 전시의 탐구 대상은 미술관의 역할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구 생태계와 사람이 거주하는 집의 관계를 통해 기후위기를 성찰하고, 부산현대미술관은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을 예술로 확장해 미래세대와 소통한다. 미술가들의 환경에 대한 고민이 예술의 기능을 질문하는 데까지 이어진 셈이다.

    ▼뮤지엄남해는 지난달 업사이클링을 활용한 기획전을 열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청년 작가들이 남해 해안가에 버려진 해양 쓰레기를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예술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개념을 뒤집은, 반성적 차원의 전시다. 미국 사회학자 에리카 체노워스는 “한 나라의 시민 3.5%가 행동하면 사회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술 이면의 행위를 드러내는 것도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이다. 동시대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되는 이유다. 기후위기 시대, 예술의 힘이 발현되는 방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주재옥 (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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