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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보며] 희망 선(先)결제 캠페인- 김정민 (경제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8-31 21: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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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민 경제부 차장대우

    네덜란드 관문인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은 지저분한 화장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에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소변을 보며 파리 그림을 맞히려 했고, 그 결과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이 80%나 줄었다. 외국 손님들에게 나쁜 첫 인상을 주던 문제는 자연스레 불식됐다. 강력한 경고 문구나 직접적인 표현보다 궁금증을 유발한 아이디어가 훨씬 좋은 효과를 낸 ‘넛지(nudge)’의 대표적인 예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위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이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공저인 ‘넛지’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용어로 새롭게 정의하면서 유명해졌다. 강요에 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끄는 힘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의사가 수술을 해서 살아날 확률이 90%라고 말했을 경우와 수술을 해서 죽을 확률이 10%라고 말했을 경우 가운데 죽을 확률을 말했을 때 대다수의 환자가 수술을 거부했다는 것과 몸에 좋은 과일을 식당의 잘 보이는 곳에 놓아 쉽게 집어가도록 하는 것도 넛지 사례에 해당한다. 저자들은 “사람에게는 이러한 특성이 있으므로, 민간 기업이나 공공부문의 관리자들은 어떤 특정한 정책이나 방침이 보다 낫다고 생각되면 넛지를 이용해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경남도가 올 상반기 추진한 ‘착한 선(先)결제 캠페인’도 일종의 넛지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도 소상공인 적기 자금순환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관 주도로 시작된 자발적 운동이어서다. 1~2월 두 달간 진행된 캠페인의 최종 실적은 24억원. 이 중 13억원은 18개 시군과 출자·출연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나머지는 창원상공회의소를 구심점으로 한 기업들과 농협과 경남은행 및 각종 민간단체에서 이뤄졌다. 참여의 저변을 확대한 이 캠페인에 대해 다른 시도에서도 문의가 들어왔고, 2월 행정안전부 주관 ‘지역경제 활성화 워크숍’에서 우수사례로 주목받기도 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로도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경남도가 하반기에도 ‘희망 선(先) 결제 캠페인’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택근무와 영업시간 단축 등으로 매출 감소의 고통 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다시금 돕자는 취지다. 실제 경남의 소상공인 7월 카드 매출실적을 분석한 결과, 요식업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같은 시기보다 16.2%가 감소했다. 지난달 시작된 이 캠페인에는 경남테크노파크와 경남신용보증재단, 경남도의회 등 공공기관에 이어 창원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상화도장 등 각 회원사, 농협과 경남은행, 수협과 각 지점 등도 동참하며 불씨가 이어지고 있다. 비록 모든 업종의 자영업자를 돕기에는 한계가 있고, 경영 상황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힘을 보태고 마음을 위로하고 연대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소상공인의 고통이 절망이 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이 조금씩 도와 훈훈한 분위기가 맑은 물에 잉크처럼 퍼지길 기대한다”는 경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김영진 위원장의 말처럼 되길 희망한다.

    김정민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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