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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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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정년이 불안하다 - 표성배 (시인·객토문학동인 회장)

  • 기사입력 : 2021-08-29 21: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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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공장에서 정년을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운인가. 행운을 넘어 정년 이후의 삶을 준비해 둔 노동자가 있다면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필자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주위에 그런 이가 없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었다. 그렇지만, 정년을 더 연장하자고도 한다. 왜, 왜 정년을 더 연장해야 하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돈 들어갈 곳 한두 군데 아닌데, 놀면 뭐하나부터 아직 젊다느니 이유야 수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정년 이후 수입이 단절됨으로써 삶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주위에 정년을 맞아 퇴사한 선배들이 하나둘 작은 공장에 취직하여 일하는 것을 보게 된다. 60세가 넘었으니 계약직으로 서명하고 임금은 최저임금을 받는다. 놀아보니 노는 것도 못 할 짓이라고 평생 일밖에 한 일이 없는데, 할 줄 아는 게 일밖에 없다는 선배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보자. 정년 60세도 보장되는 게 아니다. 언제 공장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그래도 제도이지만, 정년을 65세나 70세로 연장을 한다고 하면, 아마도 노동자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할 것이다. 할 줄 아는 게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자리가 무한정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만큼 젊은 세대들이 일할 곳이 없어질 것이다. 이처럼 정년 연장은 일자리와 직결되고 있다.

    또, 생각해보자. 60세에 정년을 맞아 퇴사하고, 61세에 다시 취직하는 노동자와 차이는 무엇일까. 평생 갈고닦은 기술이 몸에 배어있는 노동자가 61세가 되었다고 그 기술이 어디 가는 것도, 팽팽한 근육이 갑자기 느슨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년이 지났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노동의 대가는 곤두박질이다.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정년이란, 평생 일했으니 좀 쉬자. 쉬면서 일하느라 하지 못했던 나만의 일을 하자. 이런 삶의 여유를 갖는 것, 그게 정년 아닐까. 그런데 정년으로 퇴사를 하고 나면 신분이 바뀐다. 그래서 정년이란 또 다른 삶의 시작이 아니라 내일이라는 불확실 앞에 서 있는 불안이다.

    표성배 (시인·객토문학동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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