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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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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의 향기] (13) 뮤지엄남해

꿈꾸는 대로, 머물며 예술 즐기다

  • 기사입력 : 2021-08-24 2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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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는 보석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윤슬이 일렁이는 여름바다가 감싸준다. 그래서 보물섬이라 부르는 건 아닐까. 그 풍경이 안내하는 길목에 ‘뮤지엄남해’가 있다.

    뮤지엄남해는 남해군이 폐교였던 동창선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후 올해 2월 5일 문을 열었다. 미술관은 사천 리미술관을 6년간 운영해 온 유은리 관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운영자를 찾고 있다는 공모를 보고 도전하게 됐다.

    뮤지엄남해 전경.
    뮤지엄남해 전경.

    “아버지가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빨간 날은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나는 주 5일 근무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영향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자연스레 예술과 친해졌죠.”

    아버지가 운영하던 박물관은 유 관장에게 집이나 다름없었다. 박물관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예술이 사람들에게 공유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예사가 되기 위해 교사 일을 그만두고 30살 무렵 대학원에 들어갔다. 역사 공부를 하고, 경험이 쌓일수록 유물보다 그림에 관심이 커졌다.

    남해군, 폐교된 동창선초등학교 리모델링해
    전시실·카페 뮤남다방·작가 창작실 등
    2층 규모 미술관 올해 2월 5일 개관
    사천 리미술관 운영한 유은리 관장이 맡아

    6개월간 머물며 남해 주제로 창작활동하는
    ‘청년작가 자발적 유배 프로젝트’ 레지던스
    오토캠핑장 찾은 가족들이 예술 체험하는
    쉼 속 예술 ‘동창선아트스테이’ 진행

    “여유로운 시간에 예술을 받아들이게 하자
    제가 꿈꾸는 미술관의 진짜 역할입니다
    체험 통해 힐링했다면 그 자체로 예술이죠”

    유은리 관장이 뮤지엄남해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뮤지엄남해/
    유은리 관장이 뮤지엄남해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뮤지엄남해/

    “박물관 큐레이터를 하면서 그림이나 조각·조소 등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미술관 운영까지 오게 됐지만, 박물관과 본질은 일맥상통하더라고요. 박물관은 소장 유물을 잘 연구해서 대중들과 소통하라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미술관은 미술품이라는 대상만 다를 뿐이지, 기록을 남기고 보여주고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는 같다고 봐요.”

    뮤지엄남해는 총 2층 규모로, 전시실을 비롯해 카페 뮤남다방과 작가 창작실이 갖춰져 있다. 현재 ‘내 안의 빛’ 기획전과 리미술관 레지던스인 ‘남해와 썸타다-코드 블루(Code Blue)’ 야외전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내 안의 빛’은 4명의 작가가 같은 주제·다른 기법으로 ‘자신만의 가치’를 표현한 전시로, 10월 24일까지 열린다. 8월 29일까지 진행되는 ‘남해와 썸타다’는 남해 해안가에 버려진 그물·통발·밧줄 등 해양 쓰레기를 설치예술로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무엇일까. 유 관장은 개관전이었던 박범주 작가의 ‘나 그기 있다’ 전시를 꼽는다.

    뮤지엄남해 내 카페 뮤남다방.
    뮤지엄남해 내 카페 뮤남다방.
    뮤지엄남해에서 10월 24일까지 열리는 ‘내안의 빛’ 기획전
    뮤지엄남해에서 10월 24일까지 열리는 ‘내안의 빛’ 기획전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야외전시 ‘남해와 썸타다-코드 블루(Code-Blue)’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야외전시 ‘남해와 썸타다-코드 블루(Code-Blue)’

    “박범주 작가는 저희 리미술관과 극단 현장을 후원해주고 있는 건설회사 대표님이세요. ‘나 그기 있다’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멘토이자, 미술관 전시를 기획해주신 대표님의 첫 개인전이라 애정이 가요. 작가님에게도 제게도 뮤지엄남해가 시작점이죠. 당시 코로나로 꽃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수백만원어치의 안개꽃을 사 오셨어요. 그 꽃으로 작가님 앞집에 사는 강아지를 대형 조형물로 만들어 설치했는데, 미술작품으로도 손색없었어요. 인스타그램에서도 회자가 많이 됐던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네요.”

    뮤지엄남해는 ‘청년작가 자발적 유배 프로젝트’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이 무엇인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다. 서울·대구 등에서 내려온 입주작가들은 6개월간 남해에 살면서, 남해를 주제로 한 벽화작업과 창선면 관광지도를 제작 중이다.

    레지던스에 참여한 김소민 작가는 “남해 온 지 두 달 넘어 가는데, 숨겨진 명소가 많다는 걸 느꼈다. 남해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이지만, 타 지역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예쁜 곳이다. 남해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동네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연말께 냉동창고를 개조해 만든 복합공간 스페이스 미조에서 결과물을 전시할 계획이다. 유 관장은 남해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하나둘 자리 잡길 바란다.

    “스페이스 미조는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냉동창고라는 건물의 특징을 잘 살렸고, 요즘 스타일에 맞게 재탄생시켰으니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 자산들이 지역민들과 함께 나아간다는 건 노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끊임없이 ‘나는 왜 미술관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 이유랄까요.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미술관의 고유 기능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일정 수의 작품, 그 작품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학예사, 판매에 목적을 둔 상업 갤러리와는 다른 전시를 여는 행위인 거죠. 레지던스도 그 노력 중 하나에요.”

    또 하나의 노력은 ‘동창선아트스테이’다. ‘아트를 하면서 머무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카라반·텐트 등 각자의 방법으로 오토캠핑장을 찾은 가족들이 예술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캠핑장을 온 관광객이 곧 관람객이 된다. 유 관장이 추구하는 ‘쉼 속의 예술’이란 가치관에도 맞아떨어진다.

    뮤지엄남해 ‘동창선아트스테이’. 뮤지엄남해를 찾은 관람객들이 오토캠핑장에서 예술 체험을 하고 있다.
    뮤지엄남해 ‘동창선아트스테이’. 뮤지엄남해를 찾은 관람객들이 오토캠핑장에서 예술 체험을 하고 있다.

    “예술은 어렵지 않아요. 일상에 스며 있죠. 단지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에요. 6년이란 시간 동안 미술관을 운영했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일상에서 예술을 받아들이는 여유는 많지 않았어요. 여행이란 특별한 시간에서 예술을 받아들이는 건 다를지 몰라요. 남해를 방문하는 분들은 대부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오시잖아요. 여행하며 편안하게 예술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어요. ‘여유로운 시간에 예술을 받아들이게 해보자’ 제가 꿈꾸는 미술관의 진짜 역할이죠.”

    유 관장에게 남해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물이다. 그래서일까. 남해가 제주처럼 아름다운 관광지가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남해가 특별한 이유다. 앞으로 뮤지엄남해를 미술관의 가치와 사상이 담길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뮤지엄남해를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유아기 자녀가 있는 가족이에요. 유아기는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체험을 통해 문화를 접하고 낭만적인 힐링을 얻었다면, 그것 자체로 예술이 아닐까요?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남해에서의 하룻밤이 잊을 수 없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글·사진=주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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