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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창동 떡볶이- 조고운(광역자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8-22 20: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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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분 받침대에 올려진 달짝지근한 ‘6·25 떡볶이’는 학창시절 얇은 주머니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간식이었다. 이모를 따라 다녔던 ‘복희집’은 떡·튀·순대에 후식으로 팥빙수와 단팥죽까지 골라 먹을 수 있는 분식의 끝판왕이었다. ‘창동분식’에서는 탱탱한 면이 일품인 냄비우동과 간장·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 김밥이 입맛을 돋웠고, 착한 가격에 푸짐한 양으로 마음까지 채워주는 ‘정가불떡’은 교복 입은 학생들의 단골 맛집이었다.

    ▼마산 토박이들에게 창동의 맛집들은 먹거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거리에 사람이 넘쳐 나서 어깨가 부딪히며 걸어 다녔던’ 창동의 최대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고, 또 그 거리를 활보하던 내 청춘의 한 조각을 소환하게 한다. 한 도심의 번화와 쇠락을 목도한 이들은 ‘그때 그 시절’의 음식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을 달래기도 한다. 음식에 이야기가 깃들면 추억이 되고, 그 음식은 먹는 이들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

    ▼최근 ‘마산 창동 떡볶이’가 전국구로 화제가 됐다. 고향이 마산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학창시절 추억의 음식인 창동 떡볶이집을 찾아다니며 유튜브 채널용 영상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촬영 당시는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건이 터진 상황이었다. 소방대원이 실종된 엄중한 상황 속에서 ‘떡볶이 먹방’을 촬영한 이 지사에 대해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 지사의 사과가 이어졌다.

    ▼이제 포털 사이트에 ‘창동 떡볶이’를 검색하면 관련 정보로 이 지사와 황씨 관련 논쟁과 논란 소식이 가장 먼저 뜬다. 우리 동네 추억의 키워드가 정치적 이슈로 화제가 되는 상황에 괜스레 마뜩잖은 마음이 차오른다. 창동에서 떡볶이를 맞는 마음이 더 불편해지기 전에 당사자들이 나서서 명쾌한 해명으로 논란을 매듭지어주길 바란다. ‘창동 떡볶이’는 지역민들의 추억과 위안의 음식으로 기억될 권리가 있다.

    조고운(광역자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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