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늦출 수 없는 동남권 메가시티- 홍재우(경남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 2021-08-22 20:24:22
  •   

  • 여러 신문 칼럼이나 에세이에 자주 언급되는 실험이 하나 있다. 민망하지만 아직 못 들은 이들도 있고 더 좋은 사례가 없어 이야기해본다. 1968년, 행동 과학자 존 칼훈은 완벽한 생존 여건을 갖춘 7.53㎡의 실험 공간에 생쥐 4쌍을 풀어 넣었다. 좋은 조건에서 쥐들은 엄청나게 불어났고 600일 차에 2200마리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쥐들은 출산을 중단했고 서로를 공격하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실험은 1973년 마지막 쥐가 죽으며 끝났다. 중요한 행동 과학 상 발견 속에 이 실험은 사회적 역할과 가용 공간이 막바지에 달하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이 어려워지고 궁극적으로 그 사회가 붕괴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학자들은 이 실험의 함의가 동물 사회에게 머물지 않는다고 보았다. 저출산, 극악한 사회적 혐오와 갈등, 공허한 상생과 공존, 그리고 왜곡된 ‘공정’의 담론 같은 우리 사회의 추한 현실은 칼훈의 ‘마우스 유토피아’와 과연 상관이 없을까?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이 공개되고 나서 흥미롭게도 수도권의 전문가, 학자, 경제인, 시민 활동가,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늘 지방에 삐딱한 시선을 던지던 중앙정부 공무원들조차 깊은 관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관심 이유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청년, 주택, 사회적 갈등, 교육, 산업 등에 걸친 서로 다른 분야의 고민 앞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더 이상 감당이 어려운 수도권 집중과 큰 관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들은 국토의 적절한 분산과 집중의 다극화 전략을 주장하는 동남권 메가시티에서 대한민국의 ‘마우스 유토피아’를 피하는 길을 본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어쩌면 동남권의 제대로 된 첫 미래 전략이다. 그간 수많은 법정 계획뿐 아니라 경남·부산·울산이 함께 하는 사업들이 여러 차례 만들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페이퍼 플랜에 그쳤다. 공멸의 위기감도 없었고, 비전을 갖춘 정치적 리더십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그린 광역 계획에는 지방의 현실이 담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메가시티 전략은 다르다. 앞선 계획들이 가지지 못했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 문제로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경제·산업·교육 분야의 위기감이 충분히 지역 내 공감대를 형성했고, 지역에서 먼저 우리의 미래를 담아 제안했고, 무엇보다 이를 이끌 정치적 리더십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메가시티가 단순히 우리 지역 만을 위한 계획이 아니라 국가 발전 전략으로 제안되었다는 사실이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방이 중앙에 국가의 미래와 발전 전략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정부도 이에 적극 응답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경남은 동남권 메가시티를 이끌 정치적 리더십을 잃었다. 하지만 전략과 방향은 여전히 타당하며, 민선 7기에 정책 결정 권한을 위임한 시민들의 의지 또한 무효화되지 않았다. 사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누가 정치적 리더십을 담당하든지 끌고 가야 하는 과제이다. 때문에 이미 많은 여야 정치인들이 이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도정 리더십의 공백 속에, 또 선거를 앞두고 이를 수행해야 할 공직자들이 머뭇거릴 수도 있고, 도정에 남아 이 정책을 추진하고 책임지려는 이들을 흔드는 기회주의가 나타날 수도 있다. 외부에서 설득력 없는 꼼수를 내세워 사업을 연기하려는 정치적 어리석음도 있을 수 있다. 미래를 담보로 잡는 이런 장애물을 도민이 함께 뛰어넘어야 한다. 동남권 메가시티 전략은 동부와 서부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권역까지 경남을 총체적으로 발전시킬 비전이며, 소멸과 쇠락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게다가 다음 반세기의 국가 발전 운명을 결정할 새로운 국토 전략이기도 하다. 도민의 미래를 인질로 잡아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늦출 시간이 없다.

    홍재우(경남연구원 원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