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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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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모든 노동자는 예술가다- 표성배(시인·객토문학동인 회장)

  • 기사입력 : 2021-08-22 20: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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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터에서 일하다 보면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물론 같다는 것은 세세히 따지면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반복되는 일 앞에서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지루하게도 재미있게도 다가오는 게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좀 더 즐겁게 일해야지, 안전하게 일해야지 하고 출근하는 노동자가 몇이나 될까.

    용접하는 노동자도 기계를 돌리고 조립하는 노동자도 며칠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평생을 해야 하는 일인데, 그 일에 대해 보람을 가지려면 즐겁게 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이 다르듯이 노동현장을 알고 나면 그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힘들게 산을 오르고 바위를 타고 물살을 가르고 파도를 타도 힘들다 느끼지 않는 것은 일이 아니라 놀이이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하는 일은 놀이가 아니다. 일과 놀이가 일상적으로 함께 했던 농경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힘든 노동을 견디기 위해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노래를 부르며 일을 했던 옛 조상들 지혜가 지금의 일터에 필요하지만, 지금은 농경 사회가 아니다.

    일터에서 망치질한다든가 나사를 조인다든가 용접이나 그라인더 페인트칠을 할 때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고, 중요한 이 일을 하는 나는 좀 더 그 일을 즐겁게 하고자 하면 이 세상 모든 노동자는 예술가다. 예술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청자나 백자를 빚었던 조상들이 날마다 반복되는 일 앞에서 어떤 소명감 같은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청자나 백자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이 만든 제품이 누군가의 손에 쥐어졌을 때 참 이쁘다. 잘 만들었다. 어찌 이렇게 만들 수 있지? 누가 이걸 노동자가 만들었다 하겠어. 이런 이야길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뛰어난 예술가다. 예술가가 꼭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시를 쓰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내가 하는 일의 소중함과 내가 만든 제품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진다면 당신은 진정한 예술가다. 그래서 모든 노동자는 예술가다.

    표성배(시인·객토문학동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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