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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1950년 8월 15일 마산-함안과 아프간 사태-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8-17 20: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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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5년 8월 15일을 다시 보자.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통탄하는 지도자들이 더러 있었다. 한국 임시정부가 공식 참전하기 직전에, 미국, 소련 등 연합국이 유럽-아시아에서 피 흘려서 싸운 덕분에 독립되었다는 사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 민족이 분단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고, 어금니를 물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1948년 유엔의 결의와 총선거 후 대한민국-이승만 정부가, 이어서 조선공화국-김일성 정부가 들어섰다. 제헌헌법에서 대한민국 영토가 ‘한반도 전체’라 했고, 조선공화국 수도가 ‘서울’이라 규정하여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38선상에서 서로 총질까지 하다가 마침내 북한 김일성은 소련, 중국 외세의 지원을 받아 ‘남조선해방전쟁’에 나섰다. 2차 대전이 끝난 지 불과 5년, 또다시 야만적 국가 폭력, 전쟁을 벌인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개전한 북한 공산군은 한 달 남짓 만에 낙동강까지 내려왔다. 7월 31일 진주에, 8월 1일에는 함안, 진동까지 왔다. 그 사이에 한국 임시 수도는 대구로, 마침내 부산까지 왔다. 마산에서 50㎞ 이웃 부산까지 점령하여 대한민국을 ‘적화통일’하는 데 한 시간이면 될 수도 있었다.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함안 여항산, 서북산, 진동 일대에서 인민군 6사단과 유엔-미군, 한국 해병대 등의 ‘마산-함안 사수 대혈전’이 벌어졌다.

    우리 지역 의사 배대균 박사가 번역한 〈마산방어전투〉 일지 한 대목을 보자(25사단 군사 기록관 소령 잭 펜케이크). “35연대 안에 산재한 마을과 진동리의 27연대 지역의 주민 각각 900명과 또 다른 1500~2000명을 피난시켜야 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현재 적군은 8월 15일 계획한 대로 부산을 점령하고, 전쟁을 끝내려는 듯 공격하고 있다”(8월 11일). “마산경찰서장은 피난민들이 줄곧 마산으로 유입되므로 선별한 후 피난 시킬 것이며, 숙식 문제 해결을 지시했다. 적군들은 물자를 전방으로 계속 늘려가고 후방으로부터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다(8월 15일, 무덥고 개었고, 습기 참).

    이렇게 8월 15일, 마산-함안을 마침내 사수(Stand or Die)하고, 9월 말까지 무려 60일간, 어쩌면 한국전쟁 사상 최대의 격전을 치르고, 최초로 인민군을 격퇴하고 북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1950년 8월 15일의 해방 5주년을 부산에서 맞으려는 김일성 집단의 야심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승만 정부, 한국민과 유엔군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대한민국을 지키고, 나아가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서 오늘날의 ‘선진 한국’을 성취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여기서 좌파가 마주해야 할 잔인한 진실이 있다. 북한 김일성 집단은 항일 독립 운동의 영웅들이었지만, 이제 외세에 의존하여 동족상잔을 벌인 반 민족 집단이 되었다. 동시에 남한의 다수 친일 세력은 ‘자유 대한을 구한 영웅’으로 만들었다. 1949년 철군한 미군을 한반도에 다시 끌어들인 것도 북한 김일성이다. 일본이 전후 폐허에서 기적같이 일어서는 결정적 계기도 바로 김일성의 6·25 남침전쟁이다.

    우파가 직면해야 할 뼈 때리는 진실도 있다. 이승만 정부는 예상되는 전쟁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심지어(김종필 등) 남침 전쟁 동향 보고도 무시함으로써 국민을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는 죄악, 심지어 거창 사건, 전국적 보도연맹 사건에서 보듯 군경에 의한 거대 양민 학살극까지 벌였다. 그러고는 반공-권위주의 독재를 강화하고, 부정선거까지 자행하고는 이에 항거하는 청소년들까지 총으로 쏘아 죽였다. 이에 대해 보수 우파는 60~70년이 지나도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과 한 마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선거 철이 되면 ‘이승만 정신’ 타령을 하고 있다.

    사람들 말대로 좌파는 싸가지가 없고, 우파는 철딱서니가 없다. 월남전의 패배, 아프간 전의 패배, 호지명과 탈레반의 승리에서 우리는 생사의 교훈을 얻는가? 기업이나 나라나 ‘한방에 훅 가는’ 시절이다.

    정성기(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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