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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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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시쓰기로 찾는 행복- 장진화(아동문학가·이원수문학관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1-08-16 20: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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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나이에 입학식을 했다/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나도 이제 학생이다/어머이 아부지는 내를 안 가르쳤지만/난 이제 공부를 한다/태어나서 처음으로 태극기도 그리고/애국가도 불러 본다/내 꿈이 두근두근 펄럭인다/하늘에 있는 우리 어머이 아부지 졸업식 날 오실까.’

    문해학교에 다니는 유말순 할머니가 쓴 ‘내 꿈’이라는 시이다. 경상남도평생교육진흥원이 성인문해교육사업 결과로 지난해 펴낸 〈어느 멋진 날〉에 소개된 작품이다. 이 책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67명이 한글을 배우며 쓴 시 70편이 실려 있는데 한편 한편이 다 절절하고 순박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유말순 할머니가 쓴 ‘내 꿈’의 마지막 구절은 시적 표현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느껴져 울컥 목이 멘다. 좋은 시의 첫 번째 조건이 진정성인데 이미 그것을 충족한 것이다.

    ‘10000원에서/1000원으로/내려간 소고기!/마지막 한 개!/전력 질주로/달리는 두 아주머니/ 고기를 놓던 스티로폼마저/찢어질세라 서로 끌어당긴다//주인이 말려 보지만/아줌마들의 눈빛에/얼음이 된다.’

    이원수문학관이 운영하는 ‘동심통통! 나도 작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초등학교 3학년 윤준서 어린이의 ‘마트’라는 시이다. 반짝 세일에 할인상품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 그것을 본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그려져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한다.

    흔히 글쓰기도 어렵지만 시 쓰기는 더 어렵다고들 한다. 사실 필자 또한 시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산만하던 생각이 정리되고 가끔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집 판매량이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현실 속에 시로 위안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읽는 것도 좋지만 직접 써보는 것은 어떨까. 막 글을 깨우친 할머니와 11살 어린이처럼. 아마도 우리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하는 그 무엇이 되어주지 않을까.

    장진화(아동문학가·이원수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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