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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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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에움길-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1-08-12 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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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가깝게 질러 가는 길을 ‘지름길’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둘러 가는 길은 ‘에움길’이다. 빠름과 느림의 대조는 인생길과도 닮았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다/그리고 그것이 나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인생은 수많은 지름길과 에움길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긴 여정이다. 현실의 비애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판단 오류의 자책인지도 모른다.

    ▼길은 단순히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내 갈 길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중의적 의미도 내포한다. 불교나 유교, 도교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할 이치를 도(道)라는 길에 두었다. 이는 삶의 방식이자 삶 그 자체다. 순탄하지만 않은 인생살이 때문인지 굴곡진 길을 삶에 빗댄 표현이 적지 않다. 고생길, 가시밭길 등이 그렇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다는 삶의 질곡 묘사도 마찬가지다.

    ▼탄탄대로를 달려 단기간 내 목표에 도달하면 성공한 삶으로 분류한다. 타고난 능력에다 주변 조력까지 더해지면 쉽고 빠른 길로 내달리기 수월하다. 순탄한 길이 있으면 험난하고 막다른 길도 있다. 인간은 평생 이 두 갈래 길에서 고민하며 선택을 강요당한다. 잘못된 결정에 대한 대가는 오롯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인생의 멍에다. 인생길은 결국 속도와 방향에 대한 더 나은 선택으로 귀결한다.

    ▼지름길이라고 모두 곧은 것은 아니다. 에움길이 항상 굽이치는 것만도 아니다. 지름길로 가면 일찍 다다르지만 그만큼 간과하는 부분도 많다. 멀리 돌아 가는 길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의 시대에 느림에도 나름의 미학은 존재한다. 묵묵히 정도(正道)를 걷다 보면 둘러 가는 길이 오히려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두 번은 없다. 쉼보르스카) 누구나 초행(初行)인 인생길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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