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기고] 고교 학점제, 학교현장 혼란이 우려된다- 최해범(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전 총장)

  • 기사입력 : 2021-08-10 20:30:12
  •   

  • 2022년도 신입생부터 시작해서 2025년에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교사들의 반대 여론에서부터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2022년도에 시행될 개정 교육과정과 함께 고교학점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껏 고교학점제 선도·연구학교의 지정 운영을 비롯해서 학생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특히 고교학점제 관련 교사 연수 등 사전 준비를 해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지금 고교학점제를 수용하기에는 여건상 이르다는 입장이다.

    최근 충북지역 고등학교 교사 614명을 대상으로 한 ‘고교학점제’ 설문 결과에서 응답 교사의 66.2%는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답했고,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을 일부 보완해 추진해야 한다’라는 견해는 31.2%에 그쳤다. 교육청의 고교학점제 선도·연구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도 86.3%가 반대했다. 일선 현장의 교사 85%는 고교학점제가 다교과, 다과목 지도로 교사의 전문성을 약화시켜 수업의 질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것은 학교 밖에서 학점을 인정하는 문제, 복수전공 활성화 문제, 지역 자원 활용 문제, 대입 제도와의 연계 문제, NEIS 및 학교 시스템 미비 등 고교학점제로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겉모습만 내세워 밀어붙이기식으로 시행하려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의 근간은 고등학교도 대학처럼 현재 192학점만 취득하면 졸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제도이다. 고등학교 1학년에서는 공통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하고, 2학년과 3학년은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교학점제는 대학입시 제도와 맞물려 있고, 수학능력시험이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학생들은 수학능력시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데다, 수학능력시험과 관련이 없는 선택중심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교사 역시 학생들이 선택한 다양한 교과를 지도하면서 수학능력시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미래지향적 인간이라든지 세계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도 좋지만,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 함은 시공을 초월해서 지켜져야 할 기준이요 원칙이다. 기초와 기본이 바로 선 교육, 안전하고 책임성을 갖춘 교육,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교육이 우리 교육의 근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해범(창원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전 총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