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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동물의 왕국-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8-09 20: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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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는 지인이 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넋을 잃게 된다고. 그를 감탄하게 만든 것은 동물의 세계를 관통하는 무자비 같았다. “맹수가 사냥할 때, 표적이 된 동물은 죽을 힘을 다해 뛴다. 잡히면, 숨이 붙은 채로 내장을 뜯긴다. 아직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내 장기가 파먹히는 걸 보는 거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상실한 지난달 21일, 야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보궐선거 실시’ 주장이 나왔다. 판결이 나온 지 채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들은 ‘행정공백 최소화라는 공직선거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 ‘대법원이 8개월을 끌며 정략적 재판을 해 도민의 참정권을 유린했다’며 보궐선거 실시를 주장했다.

    ▼이틀 뒤인 23일에는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세를 시작했다. 이들은 논평을 통해 김 전 지사가 채용한 정무직들에 대해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임명자의 임기가 끝나면 사퇴하는 것이 상식이다’며 자동 면직되지 않은 정무직들을 향해 ‘결단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로써 전날 열린 도-도의회 긴급간담회에서 ‘김 지사 궐위 상황에서 정무라인이 더욱 힘써야 한다’던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의 당부는 하루 만에 무색해졌다.

    ▼야당 당수는 더 냉정했다. 지난 3일 창원을 찾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경남도민들은 지사 당선 직후부터 3년간 도정공백을 겪었다”고 말해 김경수 도정 전체를 ‘공백’으로 규정했다. 김 지사의 지사직 상실로 그 전모를 드러낸, 무자비한 지역정가의 한 풍경이랄까. 세(勢)가 이루는 역학 속에서, 김 전 지사와 그의 측근들은 ‘숨이 붙은 채로 장기가 뜯기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물어뜯는 쪽도, 물어뜯기는 쪽도, 좀 더 점잖게 표현해주길 바라는가. 그러나 이것은 도덕과 윤리, 교양으로 잘 다듬어놓은 ‘인간의 왕국’의 또다른 면모를 넋 놓고 바라본 한 도민의 조악한 감상평에 지나지 않는다.

    김유경(광역자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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