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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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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先 결정 後 설득, 이것이 문제?- 이준희(창원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1-08-09 20: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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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아, 엄마·아빠가 고압선 전자파로부터 너희들을 지켜줄게”. 지난 1일 한국전력 경남본부 앞 도로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어린이와 어른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자전거 라이더들이 모여 ‘자전거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창원월영마린에시앙 입주민들로 이날 아파트에서 한전 경남본부까지 왕복 34㎞를 달리며 한전의 일방적인 송전탑 설치와 고운초등학교 앞 고압지중선 공사 강행의 부당성을 알리는 자전거 시위를 벌였다.

    한국전력공사와 월영마린에시앙·월영마을 주민들과의 첨예한 갈등으로 ‘창원 마산합포구 월영동 송전선로 증설사업’이 11년째 착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주민들은 ‘전자파’ 등을 이유로 공사중단을, 한전은 ‘전력 공급 안정화’를 위해 선로 증설 불가피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면서 신뢰와 믿음이라는 단어는 저 멀리 가포 앞바다 깊은 곳에 던져버린 듯하다. 누구의 말이 옳고 누구의 말이 틀렸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한전은 ‘송전선로 증설’이 국가전력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사업이라면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해당 지역주민과 대화와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송전탑 경과지 등 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불신과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사전에 강구했어야 했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소외’된 것에 대한 분개이다. 한전이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을 갖겠지만 이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6년 5월 북면 신도시에 송전탑과 변전소를 설치하려던 계획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10년간 몸살을 앓았던 밀양 송전탑도 결국엔 설치가 됐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아픔과 고통을 겪었다. 마산합포구 월영동 송전선로 증설사업은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가 계획 승인(154㎸ 서마산 분기 송전선로 증설사업)한 것으로 전력량 증가가 아닌 전력공급 안정화가 목적이다. 서마산 변전소는 창원지역 15개 변전소 중 유일하게 단일계통으로 전력공급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재해 등 변수가 발생할 경우 전력 공급에 어려움이 예상되기에 애곡·월영·가포동 일원에 가공선로 송전탑 5기를 건설하고 청량산 터널 앞 도로부터는 지중선로를 매설, 경남대 앞 서마산 변전소로 연결하는 것이 애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안은 수차례 변경됐고, 지금도 ‘아파트·고운초 앞 지중관로 이설 후 해안대로 우회’ 등 계획안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불을 보듯 뻔한 결과이다. 제2의 밀양 송전탑 사건, 창원 북면 신도시 송전탑 갈등이 재현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송전탑 건설은 주민들의 삶과 행복에 직결된 첨예한 사안이기에 쉽게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 따라서 한전은 힘들더라도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에 나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창원시도 북면 신도시 송전탑 민원 해결 때처럼 적극 중재에 나서 주민들의 아픔을 감싸 안아야 한다.

    이준희(창원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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