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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1960년 3·15의거와 12인의 열사- 고성배(한국차문화연합회장)

  • 기사입력 : 2021-08-09 20: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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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만이 되지 않은 일본 야마구치현 하기시에는 메이지유신 태동지인 쇼카손주쿠(松下村塾)가 있다. 쇼카손주쿠는 막부 말기의 교육자이자 혁명가였던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 숙부가 운영하던 작은 글방을 인수, 15평 정도로 확장하고 운영한 사숙이다. ‘천하는 천황이 지배하고 그 아래 만민은 평등하다’는 일군만민론과 ‘한반도를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주창하였던 요시다 쇼인은 불과 1년 남짓 학사를 운영하다 수감, 그다음 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쇼카손주쿠는 메이지유신 삼걸의 한 사람인 기도 다카요시, 1, 5, 7, 10대 총리를 지낸 이토 히로부미, 3, 9대 총리를 지낸 야마가타 아리토모 등 일본 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걸출한 인물을 여럿 배출하였고 쇼인은 일본 우익의 존앙이 되었다. 하기시는 그를 기리는 쇼인신사를 건립하고 주요 문하생 동상과 흉상을 시내 입구와 탄생지 등에 세웠으며 쇼카손주쿠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청소년의 정신적, 수학 여행지이자 국제적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1960년 3월15일 제4대 대통령 선거와 제5대 부통령 선거가 있었다. 자유당 정권이 대대적인 부정 선거를 행함에 전국적으로 시위가 일어나는데 그 대표적 민주 항거가 1만여 시민과 학생들이 나섰고, 경찰의 발포에 12명 사망자와 수백명 부상자가 나온 마산 3·15민주의거이다. 지난 세월, 유족들과 관계자 및 지방 행정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3·15의거 참여자의 명예 회복 등에 관한 법률안’을 여야 의원 30명을 대표하여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발의하였고 6월 29일 통과되었다.

    필자는 3·15의거 참여자가 연좌제로 고생하던 1980년대, 지역의 청년들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3·15의거동지회 사무국장직이 계기가 돼 기념사업회 발기인, 부회장, 희생자 유족회 자문위원장, 4·19혁명 희생자 유족회 사업고문 등으로 함께 하고 있으며 차문화 회원들과 이십 수년간, 유족들을 모시고 ‘추모다례’를 행하고 있다.

    지금 창원시는 최루탄에 맞은 참혹한 모습으로 1960년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서 발견된 남원 출신 김주열 학생의 동상 건립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당시 발견 장소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살았었고 그 부두 길을 지나 학교를 다녔으며 반평생을 3·15와 함께 해온 사람으로서 감히 언급하건대 동 시간대 서거한 강융기, 김삼웅, 김영길, 김영준, 김영호, 김용실, 김종술, 김평도, 김효덕, 오성원, 전의규 열사 등 11명의 죽음과 김주열 열사 죽음에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항쟁을 선도하다 비명사한 열사, 곤봉에 맞아 두개골이 파열되고 빨갱이로 몰려 고문으로 고통받았던 열사들의 영혼도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희생자 유족회는 ‘김주열 열사 1인 동상 건립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하였고 최형두 의원도 MBC경남 시사토크 ‘불독’의 패널로 출연해 12인 열사 동상 건립 당위성을 말한 바 있다. 3·15의거는 12명 사망자와 수백여명 부상자 그리고 수만여 마산시민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유혈 민주화 항쟁이었고 그러함이 바탕되어 ‘민주주의 전당’도 마산에 건립하게 된 것이다. 자유·민주·정의가 기본 정신인 3·15의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으며 그 도도한 물결이 4·19혁명, 부마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5·18민주 항쟁으로 이어졌고 미래 진행형으로서 영원히 우리에게 각인될 것이다. 이 기회 12인 열사의 동상을 함께 세워 그 정신을 계승케 하고, 독재 정권에서 고생하는 미얀마를 비롯한 세계인들의 표상과 지역의 훌륭한 문화 자산으로 가꾸어 가길 진정으로 기대해 본다.

    고성배(한국차문화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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