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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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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1-08-04 20: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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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마솥 무더위와 열대야에 갈 곳 없는 팔순의 늙수그레한 죽마고우 네 명이 해 질 무렵 오랜만에 포차집에서 만났다.

    막걸리 몇 잔에 얼큰하게 갓끈이 넘은 갈뫼 친구가 가수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유행가를 개사하여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로 한 곡조 뽑는 걸 보고, 예쁘장한 주모가 “할배들 다 잡혀갑니다”하는 농담에 한바탕 웃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사람들이 19대 대선 때는 입후보자가 15명이었는데, 내년 20대 대선은 훨씬 많을 것 같아 풍자해서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로 개사해서 코로나 때문에 떼창은 못하고 혼자 흥얼거리는 모습에 박장대소를 했다.

    현재 여야의 몇 십명 후보자들은 몇 차례 치열한 검증과 논쟁을 거쳐, 경선이나 단합, 합종연횡 등으로 걸러져 예비 입후보자의 윤곽이 점차 좁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19대 대선의 본선에선 여야 거물급 입후보자 외 유권자들이 보기엔 인품이나 자질도 별로이고 지명도가 없는 사람들과 국민의 지탄을 받는 범법자까지 출마한 적도 있었다. 선거의 기본 요건인 연령과 공탁금이 해결된다고 마치 춘추전국시대같이 난립을 했고, 지금 분위기로는 내년 대선은 더 혼잡한 이전투구의 장이 될 것 같아 유행가 가사처럼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라고 하는 것 같다.

    대통령만큼은 아무나 뽑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우리들의 위상과 국격이 높아진다. 선진국에선 정당에서 제시하는 조건이나 인품, 경력을 고려하여 경선을 거쳐 후보자격을 준다는데, 국가 원수인 대통령 출마 자격만큼은 격상해 대통령 선거의 권위와 위상을 높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대학의 경영학 교수였던 피터 드레커의 저서 ‘대통령이 지켜야 할 원칙’ 중에서, 대통령은 “왜 대통령이 되려는가 목표의식이 뚜렷해야 하고” 대통령이 되면 친구를 가까이하지 말라고 했으며, 그 친구는 고자질밖에 할 일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인기 전술을 써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헌정 이후 우리 대통령들은 당선만 되면 최측근들을 대통령 가까운 자리에 앉혀 참모가 아닌 제2의 권력자 역할을 한 예가 많았으며, 대통령과 참모들의 권위주의적 사고 때문에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갇혀, 바깥 세상의 물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지난 정치사가 증명을 하고 있다.

    요즘 매스컴은 온통 대선 후보자들의 각종 루머와 증언들이 적나라하게 공개되어 옳고 그름을 구별하기도 힘들다. 그 와중에도 출마자들의 공통적인 캐치프레이즈가 공존·공생·공정 등 다같이 잘살게 해주겠다는 것은 선거 때마다 누구나 부르짖는 헛구호였지만 이번은 진짜 국민들을 우러러 받들고 국민을 존경하는 입후자들만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대통령을 여러 방법으로 뽑아 보았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에게 속아도 보았고 많은 시련도 겪어 살림살이의 어려움도 경험했다.

    이젠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선진국답게 바른 판단으로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 코로나로 움츠려지고 헝클어진 분위기와 궁핍한 살림살이가 좀 더 윤택해 지기를 기대해본다.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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