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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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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네바에서 전해온 낭보- 전형수(전 경남도 법무담당관)

  • 기사입력 : 2021-08-03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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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2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무역개발회의(이하 UNCTAD)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 도상국가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는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후 57년 만에 대한민국이 최초로 부여받은 지위라 더 의미가 있다. 우리가 그렇게 꿈에도 마지않던 세계 선진 32개국 그룹에 속하게 된 것이다.

    오, 대한민국이여! 혼자라도 태극기를 걸고 외치고 싶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이룬 성취임에 틀림없다.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얼마나 고생스러웠냐고 손을 맞잡고 싶다.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이런 날이 있기까지의 근현대사를 회고해 보면 불과 100여년 전 우리는 주권을 잃고 식민지로 전락했고 6·25전쟁의 폐허 속에선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였다. 국민의 하나된 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고, 세계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잘사는 나라로 변모했다. 50여년 전만해도 보릿고개를 넘지 못해 허덕이던 우리였기에 이 기적과도 같은 현실이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의 이 성취가 결코 우연이나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오직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의 숭고한 뜻이 있었고, 한국전쟁에서 무고하게 스러져간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로 머나먼 독일로 떠났던 젊은이들이 광부와 간호사로 일하면서 번 돈이 조국의 경제발전에 초석이 됐다. 열사의 땅 중동건설 현장에서 땀범벅이 된 노동자들의 근면함이 있었으며, 구로 공단에서 수출납기를 지켜낸 봉제공들의 가슴 시린 사연도 녹아 있다. 이렇게 우리는 지구상에서 유례가 없는 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루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우리는“자식들에게는 이런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는 말로 서로를 위로하며 뜨거운 눈물을 삼킬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쩌면 ‘선진국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을 수도 있다. 복지예산과 관련한 논쟁에서는 늘 ‘선진국 흉내 내다가 나라가 망한다’, ‘벌써 선진국인 줄 착각하지 마라’,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는…’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5일제를 시행하면 나라가 당장이라도 망할 것이라고 기사를 썼던 모 신문 사설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러한 우려와는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주5일제를 실시하고 더 높은 삶의 질과 큰 성장을 이루었다. 기왕에 선진국 그룹에 들어왔으니, 이제는 다른 나라가 인정하는 선진국의 기준이 아니라 우리가 선진국의 기준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

    나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가 우리가 제시하고 만들어 가야 할 다음 선진국의 기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전형수(전 경남도 법무담당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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