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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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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주, 진주목걸이 그리고 LH-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1-08-02 20: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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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목걸이’는 모파상의 단편소설이다. 주인공 마틸드가 3만6000프랑 진주목걸이를 포레스트 부인에게 빌려 파티에 참석했다가, 그걸 잃어버리는 바람에 수년 동안 엄청 고생하면서 갚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500프랑 밖에 안 되는 모조품이었다는 반전스토리이다.

    LH 본사가 진주로 이전한 지 벌써 7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LH는 진주뿐만 아니라 서부경남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고, 특히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런데 요즈음 LH는 부동산 투기 문제로 큰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자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아예 해체 수준의 고강도 혁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이런 ‘해체’식의 방법만이 최선일까?

    세월호 사건 때 해양경찰청 자체를 아예 없애버린 적이 있다. 그러나 2년 8개월 만에 해양경찰청을 복원시키고 말았다. 그것도 조직을 더 키워서 말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또다시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서는 안 된다. 백년대계는커녕 3년 앞도 못 내다보는 해법을 또 내놓아서야 되겠는가!

    사실 LH도 별도 공기업이었던 토지공사(L)와 주택공사(H)를 불과 10여년 전에 효율성을 이유로 통합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또 분리하고 해체할 참인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업무는 지체되고, 조직은 정체성을 상실할 것인가? 물론 LH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부동산 투기를 한 LH 임직원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법과 절차에 따라 조직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것이다. 혹시나 곧 다가올 선거 때문에 정치적 결정을 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과도 있지만 공도 큰 기관이다. 특히 최근 지역균형발전 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LH가 해체 수준으로 축소된다면 현실적으로 그 많은 주택공급을 누가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LH 본사가 위치해 있는 진주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시세 면에서 경남 1, 2위를 다투던 진주시가 지금은 4위권으로 추락해 있다. 이런 판국에 LH 문제가 잘못 풀리면 진주는 더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세수 확보에, 청년일자리에, 혁신도시에, 한마디로 치명적이다. 그리고 또 이건 진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남에서도 제일 낙후된 서부경남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진주는 서부경남의 핵심도시이기 때문이다. 진주 사람들이 진주(晉州)의 진주(眞珠)라고 생각하고 있던 LH가, 적어도 모파상의 가짜 진주목걸이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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