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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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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곁의 진정한 영웅-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21-07-27 20: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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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는 늦었지만, 짧게 끝났다. 한반도를 뒤덮는 열돔 현상이 예보되었다. 거대한 압력솥처럼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지독한 폭염이 시작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되었고, 마스크는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건강관리에 각별하게 주의할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백신 접종률이 30%를 넘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확진자는 1000명을 넘었고, 연일 종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역별 확진자 숫자를 알리고, 동선이 겹치면 진단검사를 요청하는 안내 문자가 쉼 없이 진동한다.

    평소에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무심히 흘려보낸 ‘행복과 평화’는 멀리 사라졌다. 머리칼이 주뼛 서는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혹시나’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아무 의심 증상이 없지만,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의무감이 차오른다. 두렵고 불편하지만, 나와 가족과 동료와 사회를 위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것이다.

    낯선 경험은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역학조사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통지를 받고, 가까운 선별 진료소에 갔다. 불볕더위가 한창인데, 수백명의 검사 대기자가 길게 늘어서 장사진을 이루었다. 언론에서 숱하게 보도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히 흘렸는데, 막상 눈 앞에 펼쳐진 엄혹한 풍경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그늘막이 부족하여 따가운 햇볕을 듬뿍 받으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차분하게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도 불만을 표시하거나 불평을 말하지 않았다. 침착하고 평온하게 안내요원의 지시를 묵묵하게 따르며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높은 시민의식에 감탄했다. 대한민국이 물질과 정신 모든 측면에서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실감했다.

    다시 대유행이 시작하면서 최일선 방역 현장의 긴장과 피로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연일 30도를 넘는 찜통더위에 검사량이 폭증하여 의료진과 현장 요원이 겪는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전신 보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안면 보호구와 장갑을 착용하고, 비 오듯 땀을 흘리는 모습에 코끝이 찡하고 울컥했다. 냉방시설이 완비된 휴식공간, 충분한 수분 섭취, 적정한 체온유지가 가장 시급하지만, 쏟아지는 확진자, 밀려드는 대기자를 고려하면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평일은 밤 9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근무하므로 번 아웃(burn out)의 우려가 높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처리하는 영웅은 언제나 곁에 가까이 있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며 곤경을 해결하는 난세영웅도 그렇다. 평소에는 보건소 방역 요원의 존재와 고마움을 잊고 지냈다. 하지만, 1년 이상 계속되는 팬데믹 상황에서 그들은 우리의 삶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우리 곁의 진정한 영웅’이다. 열정으로 헌신하는 모든 의료진과 현장 요원께 감사와 존경을 듬뿍 담아 뜨거운 박수를 보내 드린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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