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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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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내 인생에 한 번쯤- 이지순(도서출판 뜻있는 대표)

  • 기사입력 : 2021-07-25 2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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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을 하고 인생이막은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벽장 속에 꽃혀 있는 동양철학을 끄집어내어 대중화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출판사를 차렸다.

    하고 싶은 일이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으니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 거의 모든 지인들이 출판사의 지속성장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충고를 한다.

    이전 직장에서 성공을 위해 일만 했다. 눈뜨면 나가고 집에 오면 잤다. 이런 삶들이 직장에서의 성공은 했는지 몰라도 많은 것을 잃게 했다. 혁혁한 공을 세우려고 다시 치열한 삶을 준비하는 나를 돌아본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에서 지금 한국은 자기 착취 사회라고 말한다. 옛날에는 주인이 폭력을 휘둘러 착취를 했지만 현재에는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착취가 이뤄진다. 남에게 착취 당할 때에는 저항의식이 생기지만 자기 착취를 할 경우엔 죄의식이 생긴다고 한다. 내가 공부하지 않아서,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더 노력해야지 하고 스스로를 착취한다고 한다.

    창원 사파동 지하 벙커에 인생이막을 맞이한 사람들이 모여서 잘 노는 문화를 만들자 하는 모임이 있다 .

    각자 소유하고 있던 빈티지 오디오를 내놓고, 클래식 음반을 공유하고, 커피콩을 수입하고, 로스팅 작업을 한다. 맛있는 커피콩을 팔아 지역 작가를 후원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있다. 그러나 혁혁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요번에 로스팅 작업은 누가 할래, 오늘 국수 삶아 먹을까, 돈을 못벌었으니 라면 삶아 먹자, 이런 일상들이 있다.

    언제가 1호로 후원하는 작가가 나와도 대스타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냥 지역 작가로 지역 화가로 명함에 맞는 가까이 있음에 가치를 둔다.

    이제는 드립 커피를 넘어 에스프레소 기계를 샀다. 아이스크림을 사서 진짜 맛있는 아포카토를 먹을 수 있으리라 신나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나 얼굴에 빛이 난다. 빈둥빈둥이 그들 삶에 여유를 주고 그 여유가 삶의 원천이다. 잘 노는 그들이 부럽다.

    이지순(도서출판 뜻있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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