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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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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책] 애매한 재능

무언가 되지 못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기혼 유자녀 여성이자 15년차 작가 지망생의
세상 모든 보통 사람들을 위한 ‘웃픈’ 에세이

  • 기사입력 : 2021-07-23 08: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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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에서 ‘재능’을 찾으면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을 뜻한다. 여기에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에 의해 획득된 능력을 아울러 이른다. 우리는 때때로 특출한 재능으로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에 부러워하곤 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로, 무엇도 될 수 없는 존재로 스스로를 규정하며, 우리가 가장 원망하는 것은 바로 재능이다. 별을 따고 싶은 우리는 자신의 평범함과 싸운다. 그렇게 한번은 싸워 본 적 있는, 세상의 모든 보통 사람들을 위한 ‘웃픈’ 에세이가 나왔다.


    창원에 사는 기혼 유자녀 여성이자 15년차 작가 지망생 수미가 첫 에세이집 ‘애매한 재능’을 펴냈다. 서울예대 극작과에 입학한 후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10년은 써 보고 결정하라’는 교수님의 말을 믿고 그동안 세상에 크게 알려지지 않은 아동극 극본, 방송 대본, 기업 홍보글, 대필 자서전, 일간지 칼럼, 에세이를 써 왔다.

    저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 도넛 판매원과 신용카드 영업사원, 마트 판촉행사원, 영어학원 보조강사, 도서관 글쓰기 강사로 틈틈이 일했다. 그럼에도 직업인으로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작가는 무언가가 되기엔 자신의 재능이 애매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타인에게 인정했고 그런 이후에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결혼 전 인사를 온 예비사위에게 엄숙하게 “자네 수미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건 알지?”라고 물은 가난한 아버지, “나는 네가 글을 써서 좋다”고 말하는 식당 노동자 어머니, 휴대폰에 누나의 이름을 ‘삼류작가’로 저장해 놓은 보험설계사 남동생, “엄마는 작가잖아. 그럼 인터넷에 나오는 사람이야?”하고 궁금해하는 여덟 살 딸에게, 그는 작가다.

    검증의 시간인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저자는 문단이나 공모전, 출판사의 부름이 없어도 명백히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재능을 이기는 것은 성실함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작가는 책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가진 그릇이 작고 겸손해 보일지 모른다. 더 큰 그릇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더 좋은 것을 담아야 한다고 성화를 부릴 수도 있다. 지금 나는 세상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가진 그릇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연습 중이다. 비로소 ‘무언가 되지 못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스스로에게서 거둘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라고 보통의 우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천재는 많은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꿈꿨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그저 평범한 사람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온다. 저자는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것은 얼마나 분명한 경지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평범한 사람의 일을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수미 작가는 스스로를 ‘자조의 왕’이라고 했다. 공모전, 신춘문예, 지원사업에 응모하고 낙방할 때마다 기대와 자조 사이를 수시로 오갔다. 우리에게 꿈과 직업, 재능과 밥벌이에 관해 이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이가 있을까.

    하재영 작가는 추천사에서 “이 단단한 이야기는 자신의 재능에 회의하는 많은 이들이 선명한 꿈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다”고 썼다. 재능이 없지도, 그렇다고 뛰어나지도 않은 ‘애매’한 재능으로 꿈을 키워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잘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재능의 부재로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자 수미, 출판 어떤책, 가격 1만5000원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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