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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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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빼앗긴 농촌에도 봄은 오는가”-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 기사입력 : 2021-07-07 2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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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2월 말, 함양에 총리가 헬기를 타고 왔다. 장관도 둘이나 왔다. 대통령직속위원장들도 왔다. 차관급 공무원들도 여럿 왔다. 함양에서도 제일 작은 인구 1400명 남짓 서하면에 온 것이다. 서하는 말할 것도 없고 함양 역사상 가장 큰 정부 행사였단다. 좋은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시골 초등학교 살리기가 전국적으로 크게 성공하면서, 덩달아 농촌 마을도 살아날 기미가 확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업을 정부가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학교살리기의 주역은 서하초등학교 학생모심위원회이다. 지역주민이 주도해 위원회를 만들고, 국가예산 1원도 없이 오로지 창의적인 ‘학생모심’ 기획으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바로 그들이 있어 이런 정부 행사가 가능했다.

    애초에는 학생 10명 ‘모심’이 목표였으나, 전국적으로 수백명의 지원자들이 몰려 선발하는데 오히려 애를 먹었다. 최종 17명을 뽑아 기존의 10명 학생에 더하니 서하초 전교생이 일순간에 27명이나 된 것이다. 이로 말미암은 지역인구 증가도 54명에 이르렀다.

    그러자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학부모들을 위한 주택을 지어주고, 농어업협력재단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레지던스 창업플랫폼을 만들어 주는 등 각 기관에서 적극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동안 정부가 농촌을 살리겠다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는데 거의 다 실패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극소수의 성공 케이스는 민간이 주도한 곳에서 만들어졌다.

    서하초 살리기의 경우도 민간에서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자발적으로 먼저 시작해 성공하고, 그 이후 관에서 지원하는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이 바람직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나랏돈 투입이나 하향식 정책이 아니라, 민간 스스로 일어나려고 애쓰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 맞다. 적어도 농촌살리기 사업은 그래야 지속가능하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도시에 빼앗긴 농촌에도 봄은 온다. 고령화와 코로나 사태는 오히려 농촌에 기회요소가 될 수 있다. 농촌이 잘 사는 세상, 그 봄날이 저만치 오고 있다.

    장원(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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