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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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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85) 영행금지(令行禁止)

- 명령하면 실행하고, 금하면 멈춘다.

  • 기사입력 : 2021-06-22 08: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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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인은 지휘관이 명령하면 따르고, 금하면 멈추어야 한다. 명령 체계가 군대의 생명이다.

    세계 최초의 가장 우수한 병법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지은 손무(孫武)는 2500년 전 춘추시대(春秋時代) 제(齊)나라 사람이었다.

    손자병법을 썼을 때는 이름 없는 20대 청년이었고, 몸도 아주 왜소했다고 한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오(吳)나라로 갔는데, 마침 임금 합려(闔閭)가 그 병법을 다 읽어 보고 그를 알아주었다. 자기 궁녀 180명을 내주며 지휘를 해 보라고 했다.

    손자는 “여러분들은 내 명령을 따르시오. 따르지 않으면 목을 베겠소”라고 명령한 뒤, 명령을 내렸다. 임금의 총애를 받는 궁녀들이 말을 듣겠는가? 말을 듣지 않고 웃고만 있었다. 손자는 팀장으로 삼았던 왕이 총애하는 두 여인을 목을 베려고 형틀에 달아맸다. 멀리서 보고 있던 왕이 급히 사람을 보내 “이 두 여인이 없으면 나는 사는 재미가 없소. 당신 지휘능력 알았으니, 용서해 주오”라고 사정했다.

    손자는 “전쟁터에서는 임금의 명령도 장수는 듣지 않습니다”하며 당장 목을 베어 버렸다.

    그 다음부터 궁녀들이 일사불란하게 말을 잘 들었다. 그 뒤 손자가 오나라 군대를 맡아 오나라가 강대국이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 군대의 기강 해이 정도가 심각하다. 명령체계가 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성추행 사건, 사병이 장교를 구타한 하극상(下剋上) 사건, 국방정보 유출사건 등 거의 매일 문제가 터져 나온다.

    왜 사건이 계속 일어날까? 기강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군대의 가장 큰 목적이 전쟁에서 이기거나 적의 침략을 막아내어 자기 나라를 보위하는 데 있다. 나라를 보위하기 위해서는 살상(殺傷)도 정당하게 허락 받은 집단이 군대다. 그 존재하는 기본 요건이 명령체계다. 그런데 명령 체계가 서지 않으니,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통제가 되지 않으면, 군대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

    지금 대한민국 군대를 군대답게 개선하는 방안은, 하루빨리 지원병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억지로 끌려와 숫자나 채우는 군인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가 없다. 지금 사병 한 사람 군대생활 시키는 데 1년에 1억 원씩 든다. 병장 월급이 70만원을 넘는다. 그 돈만 해도 지원병 제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군대와 비교해서 119구급대원들 근무하는 태도를 한번 보시라. 군인들도 119처럼 되어야 한다. 국방비 축내면서 계속 사고만 치는 군대는 국가를 지킬 수 없다.

    * 令 : 명령할 령. * 行 : 갈·행할 행. * 禁 : 금할 금. * 止 : 그칠 지.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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