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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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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보리타작과 까끄라기- 강창덕(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 기사입력 : 2021-05-27 20: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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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6월 5일은 24절기 가운데 보리타작을 하는 시기인 9번째 절기 망종(芒種)이다. 벼를 비롯한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때라는 뜻인 망종은 바꿔 말하면 보리를 수확하는 절기다. 우리 집에서 20분 정도 산으로 올라가야만 산비탈 밭이 있었다. 보리타작도 아무 곳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산비탈 밭이라도 어느 정도 바닥이 편편하고 황토라야만이 타작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산비탈 밭은 타작마당으로 사용하기에는 돌이 너무 많아 항시 이웃집 것을 빌려서 타작하다보니, 타작 순서는 항시 뒤로 밀렸다.

    날씨가 흐리다든지 보릿단이 잘 마르지 않으면 낟알이 잘 떨어지지 않는데, 보리타작을 앞두고 비가 오는 날이면 온 집안이 비상이다. 별다른 방수제가 없었던 시절이라 고스란히 비에 젖은 보리를 볕에 말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보리는 수확하는 것보다 타작하는 것이 더 고역이다. 그것은 보리 위로 나와 있는 긴 수염을 말하는 까끄라기 때문이다. 보리타작을 하면 가족은 한 움큼씩 보릿대를 보듬어 안아 한쪽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러고 나면 보리 까끄라기가 바지나 옷 속으로 타고 들어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보리 까끄라기가 온몸을 할퀴고 난 뒤, 팔뚝과 얼굴에는 가는 실 피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도리깨질로 보리타작을 해본 50대 이상의 세대는 까끄라기의 성가심을 잘 알 것이다. 1970년대에 발동기나 동력을 이용하는 탈곡기가 등장하면서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계도 있었지만, 산비탈까지 탈곡기를 지고 오를 수 없는 상황이라 타작마당에서 도리깨질로 보리타작을 했다.

    도리깨질로 타작이 끝나면 보리이삭을 훑어내고 불어오는 바람에 키를 아래위로 흔들면서 강제로 바람을 일으켜 보리를 소쿠리에 떨어뜨리며, 까시래기(가시랭이) 등을 날려 보내야 수확이 끝나는 고된 작업이었다. 왜 옛날 사람들은 보리밥보다는 쌀밥을 선호했는지 먹어보지 않고서는 이해를 못한다. 옛날 보리는 두 번을 삶아야 밥상에 올릴 수 있고, 쌀밥은 대충 씹어 삼킬 수 있지만 보리밥은 꼭꼭 씹어야 삼킬 수 있다. 그래도 춘궁기를 넘길 수 있게 만든 것이 고마운 보리밥이 아니었던가?

    강창덕(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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