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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구상 가장 안정한 세라믹 이야기- 박영조(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 2021-05-26 20: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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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라믹 임플란트의 재료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정한 암석 성분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치과에서는 이 재료를 그냥 ‘세라믹’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지르코니아’이다. 이보다 더 강한 세라믹도 있지만 안정성만을 놓고 보면 이에 비할 세라믹은 없다. 이의 개념을 정리해 지르코니아의 최고 안정성을 설명할 수 있겠다. 지구 초기에 형성된 암석은 고온·환경 하의 지각변동을 거치며 원래의 성상(性狀)과는 다른 물질로 상변태(狀變態)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를 찾아 분석한 결과 그 바위를 구성하는 여러 물질 중 지르코니아 성분은 생성 초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즉 ‘안정성’을 장대한 지구 역사의 스케일 속에서 원래 상태가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 지로 판단한다면 지르코니아는 단언컨대 가장 안정한 물질인 것이다.

    지르코늄 광물이 무수한 지각변동을 거치면서도 파괴되거나 변태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됐기 때문에 우리는 탄소동위원소법을 이용해 그 내부에 포획되어있는 탄소성분을 분석해 자신이 속한 지층대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흔히 운석을 발견하는 것을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에 비유하곤 하는데 돌덩어리 운석은 무엇 때문에 금전적인 가치가 있는 걸까. 그건 바로 지구상의 모든 암석이 지각변동을 경험한 반면, 이제 막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주먼지로부터 지구가 만들어질 바로 그 당시의 정보를 운석은 아주 잘 간직하고 있으니 운석은 이처럼 지구 출생의 비밀을 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이야기를 지르코니아로 돌려서, 현재 이 안정한 세라믹 재료는 무슨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게 또 그럴듯하다. 지금까지 지르코니아가 가장 안정한 세라믹이라고 했는데, 실제 지르코니아는 다른 세라믹을 부수는 작업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귀금속의 제련은 땅에서 캐낸 광석 덩어리를 화학적 방법으로 용해 후 귀금속 성분을 추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설탕 알갱이가 작을수록 물에 잘 녹듯이 돌덩어리 광석도 잘게 부술수록 유용한 성분의 용해가 쉬워진다. 바로 여기에 지르코니아가 사용된다. 지르코니아 임플란트는 소화를 위해 음식물을 조각조각 저작하고 지르코니아 비즈는 귀금속의 추출을 위해 광석을 미세하게 분쇄한다. 한 인간이 그 삶을 다해 신체의 모든 부분이 지구 순환생태계의 일원으로 돌아갈 때도 임플란트로서 인간과 삶을 함께한 지르코니아는 여전히 홀로 남아 또다시 수십억 년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박영조(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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