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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미술품을 산다는 것- 주재옥(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 기사입력 : 2021-05-20 20: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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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옥 경제부 기자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 화가는 파리 유학을 앞두고 “그림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림을 팔아 유학 경비에 보태려 했지만 좀처럼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국내 미술품 가격 상위 10점 중 9점이 그의 작품이 됐다. 국내 최고가는 2019년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된 ‘우주(1971년)’. 테두리 안에 무수한 점들을 반복해서 찍는 점화(點畵)로 실험이 돋보인 미술품이었다.

    ▼미술품이 경매시장의 주인공이 된 건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다.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자 예술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경매사를 통한 미술품 거래보다 경매장에 모여 경매가 이뤄졌다. 1960년대 들어 미술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미술품 경매의 기본 거래 방식의 틀이 잡혔다. 이때부터 도록에 작가명·작품명·규격 정보가 실렸다.

    ▼최근 미술시장은 자산가가 아닌 MZ세대가 관심을 가지며 호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 보복 소비로 명품과 미술품을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보게 된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온라인을 활용한 미술품 구매로 미술시장의 진입이 쉬워졌다. 빅뱅 지드래곤과 탑, 방탄소년단 RM 등 유명 셀럽들이 미술 애호가로 알려지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경남미술품경매시장은 입찰자가 예년에 비해 저조했고, 전시장을 찾은 관객도 작품을 출품한 작가가 대부분이었다.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그림을 산다는 인식이 정착하려면 창작활동을 노동의 가치로 보고, 예술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의 저자 엘링 카게는 “미술품 수집의 가치는 자신의 집에 원작을 갖고 있다는 심리적 보답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미술품 사는 것을 투자가 아닌 나와 맞는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면, 미술품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주재옥(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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