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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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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수사에 대한 신뢰- 염진아(변호사)

  • 기사입력 : 2021-05-19 2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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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4월 24일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생이던 손정민(22)씨가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실종으로만 알려져, 살아만 돌아와달라고 하던 아버지와 온 국민들의 바람을 뒤로하고 닷새 뒤 손씨는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손씨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까지 같이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고, 이와 관련되어 많은 이야기가 언론에 노출되었음은 물론, 이미 A씨가 살인범인 것을 가정하고 써진 댓글들까지… 물론 언론사는 조심스럽게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A씨가 범인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여러 이야기들이 인터넷상에서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떠돈다.

    목격자의 진술, 주변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 분석, 그리고 A씨에 대한 참고인 신문까지 경찰은 조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양이고, 전 국민적 관심이 있는 만큼 목격자들의 진술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손씨의 아버지의 일련의 공개적인 의혹 제기 등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실종 당시부터 내 일처럼 생각하여 같이 걱정해 준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을 수도,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허술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수사권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본인의 의혹 제기들이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버지의 의혹들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여야 하는 현실이 조금 슬프다. 유족이 제기하는 의문을 100% 해소해 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납득이 가도록 수사를 해서 진실에 가깝도록 결과를 내줄 것이라는 수사 기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수사 과정에서의 의문을 계속해서 제기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한 언론에 보도되고, 여론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은 더 치밀하게 수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현실도 슬프다. 이러한 기대가 없었다면 계속해서 언론에서 주목할 수 있도록 공개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러한 부분이 수사를 하는 경찰 혹은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점이, 슬픈 것이다.

    필자는 여러 경로로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왕왕 듣게 되는데, 주 불만은 자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수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과 자신의 말을 신뢰하여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경찰의 수사 시점에 어느 어느 도로에 CCTV가 있으니 이를 조사해 달라고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를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는 수사 단계에서뿐 아니라 재판의 단계마다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빌미를 준다.

    수사 전체의 과정에서 수사 기관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전체적인 관점 혹은 수사 전문가로서의 관점으로 사건을 보다 보면 가끔은 일반인인 관련자들의 의혹 제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손씨의 사건처럼 피해 유족이 목소리를 낸다면 공개적이지 않더라도 이를 관심 있게 들어주고 수사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까지는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 그렇다 보면 서로 생각하지 못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반영되지 못할 아이디어 혹은 수사에 대한 의혹이라면,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경찰이 생각하는 관점에서의 자세한 설명, 그리고 피해자 혹은 유족들의 납득.

    결국 이러한 것들이 쌓여 수사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수사에 대한 신뢰가 양질의 수사를 하는데 더 도움이 되고, 양질의 수사가 결국 다시 일반인들의 억울함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여 손씨 사건의 핵심은 A씨가 범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손씨는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가이다.

    염진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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