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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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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멍 때리기- 정이경(시인·경남문학관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1-05-19 20: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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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주목받는 신조어 중 하나가 바로 ‘불멍’이다.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타들어 가는 장작을 가만히 응시하는 동안 머릿속의 온갖 상념 역시 모닥불 속 한 줌 재로 사라진다. 이 시국에 가장 적절한 취미로 급부상한 캠핑의 인기와 함께 ‘불멍’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게 됐다. 야외로 나갈 수 없는 집콕족들은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벽난로 영상으로 대신했다. 약 1시간 남짓의 재생시간 동안 화면에서는 벽난로 속 장작이 타오르는 모습만 나온다. 하지만 진짜 모닥불을 즐기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불멍의 인기에 힘입어 수족관 속 물고기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물멍’, 수평선 너머 파도의 움직임만 바라보는 ‘바다멍’, 싱잉볼의 잔잔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리멍’ 등도 주목받는다. 공통점은 모두 강한 자극 없이 그저 멈춘듯한 시간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소위 ‘멍 때리기’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화두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도 뇌가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동안 뇌 혈류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맥박과 심박수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몸이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컴퓨터를 재부팅하듯 비워내고 다시 새롭게 받아들이기 쉬운 환경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까지 습득하게 되고 내 것이 아니어도 될 스트레스까지 얻기도 한다. 멍하게 있는 시간의 자유는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기에 의미 있다. 다만 이 역시 유행을 좇아 과시적 소비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면의 비움에 이를 때 비로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법정 스님께서도 생전에 “아무 생각 없이 한때나마 촛불이나 등잔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고요하고 그윽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불빛이 바람에 따라 일렁이고 파도가 끝없이 들이치고 내쳐지는 반복을 지켜보는 동안 현실에 흔들리지 않고 꼿꼿이 설 내면의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정이경(시인·경남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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