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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흘은 4일이 아닌가요- 정이경(시인·경남문학관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1-05-12 20: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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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국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사흘’과 ‘4일’이 며칠간 순위권을 장식한 적이 있다. 사흘을 4일로 알아듣고 생긴 일로 큰 화제가 된 것이다. 심지어 ‘4흘’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유아기부터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에 길들어진 요즘 아이들의 문해력 부족 현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단순히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과 달리 글을 읽고도 그 뜻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는 문해력이 문제다.

    EBS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문해력 부족으로 일선 교사들이 직면한 고충을 다루었다. 국어 수업 시간에 작품에 임시로 붙인 제목인 ‘가제’라는 단어를 고2 학생들 대부분이 이해를 못 하여 ‘랍스터’가 아니냐는 학생들이 있었고, 영어 수업 시간에는 ‘베이비시터’를 한국어로 ‘보모’라고 알려줘도 그 단어조차 몰라서 다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고 한글 단어를 해석해 주어야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단어의 뜻을 이해 못 해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최근 포털 사이트들은 기사 상단에 ‘본문 요약 봇’을 도입했다. 기사의 핵심을 짧은 단어 위주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AI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장문의 글을 읽지 않는 추세를 반영한 현실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숙제의 답을 유튜브에서 검색해 찾는 게 더 익숙하다고 한다. 글 읽는 것이 귀찮아 영상을 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아직 언어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대신 유튜브를 보여주는 요즘 부모들로 아이들을 점점 활자와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독서력만 고집하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이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과서의 단어조차 이해 못 하는, 글과 멀어진 아이들은 학습 의욕도 떨어지고, 결국, 글 자체를 읽는 것을 거부하게 되면 문해력의 격차는 점점 커진다. 그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됐을 때 보고서나 기획서에도 해석본이 따로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이경(시인·경남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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