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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피어난 사랑

경남대 김봉희 교수,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요시코의 편지’ 출간

  • 기사입력 : 2021-05-06 11: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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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지역문학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 스무 해가 지났어요. 아직까지 삶의 발자취와 문학적 행보가 갈무리돼야 할 작가들이 더러 빠져 있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박재성입니다.”

    통영 출신 극작가 박재성(1915~1947)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건, 그의 조카가 보관하고 있었던 편지 덕분이다. 그 편지를 바탕으로 경남대 김봉희 교수가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요시코의 편지(경진출판 刊)’를 출간했다. 책은 박재성의 일본인 아내 요시코가 쓴 편지를 번역해 실었다. 광복 직후 한일 관계가 단절되면서 떨어져 지내야 했던 두 사람. 1946년 가을서 1947년 여름까지 총 127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밀선을 타고 통영으로 돌아오던 중, 현해탄서 풍랑을 맞아 세상을 떠나버린 박재성과 요시코의 사랑이 구구절절 담겨있다. 박재성의 문학 열정, 그를 지지하는 요시코의 헌신적인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요시코의 편지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요시코의 편지

    ‘1946년 12월 1일. 통영의 부둣가에 도착하는 나를 기다려 주세요. 지금은 고뇌하지만, 희망을 가지고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위대한 작가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인생의 눈보라도 갈림길도 힘차게 헤쳐 나아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재성. 건강을 챙기면서 공부하길 기원합니다. -37쪽-’

    박재성은 유학 당시 동경제국대학교 문예지 ‘적문문학(赤門文學)’에 희곡 ‘만추’와 ‘왕관’을 발표했다. 그의 삶과 문학활동은 고작 33년. 따라 붙는 수식어도 ‘불운의 천재 극작가’, ‘비운의 요절 극작가’이다. 제대로 된 문학 족적이 밝혀지지 못해 생애와 작품이 갈무리 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요시코가 남긴 편지는 박재성 삶의 행적과 문학적 행보에 기초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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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김봉희 교수

    저자는 “이들의 사랑은 결혼마저 식민지 정책으로 이끌던 시기에 피어 올랐기에, 편지 자체만으로 역사적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김봉희 교수의 대표 저서로는 ‘계급문학, 그 중심에 서서’(2009), 창작희곡집 ‘멀어지는 그대 뒷모습’(2012) 등이 있다.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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