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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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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중학교 2학년- 이월춘(시인·경남문인협회 부회장)

  • 기사입력 : 2021-04-21 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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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한의 중2 때문에 북한이 남침을 못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내뱉는 ‘중2병’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말썽꾸러기들은 별종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춘기 아이들의 엉뚱함이나 돌출적인 행동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착실하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며, 미래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면서 그 돌다리의 시기를 건너가고 있다. 몇몇의 문제를 전체로 針小棒大(침소봉대)하는 일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들을 지도한다거나 다룬다는 사고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며, 교수자와 학습자가 敎學相長(교학상장)하는 것이다. 사춘기 없이 어른이 될 수는 없다. 성장통이 없는 인생이 정답이어서도 안 된다. 사춘기를 병적인 현상으로 보지 말자. 아이들이 대체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것은 감성이 최고조에 달해 그만큼 순정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성세대에 반항도 하고, 짜증도 자주 내며,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기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음악도 즐겨 듣고, 영화나 예술에 관심을 가지며, 친구들과 관계맺기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간다. 또한 삶과 죽음, 세상의 신비로움과 ‘나는 누구인가’ 하는 자아 정체성 찾기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한다. 한 마디로 이때만큼 감수성이 뛰어난 시기는 없다. 기성세대들이 기존의 질서 안에 가두려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창의적인 생각이나 행동, 나아가 그런 직업을 택하는 것들이 결코 그냥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만큼 고민하고 방황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선택은 자신에게 있다. 이 시기에 자신만의 예술성을 발견하거나, 세상에 눈을 떠 사회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한둘인가. 사춘기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정말 대다수의 아이들은 지극히 아이답다. 눈에 뵈는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는 아이가 아니다. 무서운 것도 많고, 힘든 것도 많고, 고민도 엄청 많지만 그걸 참고 견디며 세상의 규범을 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은 결코 병이 아니다. 아름다운 삶이다.

    이월춘(시인·경남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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