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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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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보이지 않는 범죄- 김현수(밀양경찰서 중앙지구대 팀장)

  • 기사입력 : 2021-04-15 20: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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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초 우리 순찰팀과 경찰서 112지령실의 긴밀한 공조로 보이스피싱 중간 전달책을 은행 CD기 앞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현금을 보이지 않는 주범에게 보내려는 순간 검거해 피해금을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건을 처리하면서 최근의 범죄 유형이 옛날과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1980~90년대는 현금을 몸에 소지하는 경우가 많아 날치기, 소매치기 등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금품을 가져가는 수법이었으나 최근에는 피해자와 대면 없이 간접적으로 돈을 빼앗는 다양한 수법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요즘은 현금보다 신용카드, 앱카드를 사용하고 곳곳에 숨겨진 CCTV 감시망이 피하기 어려워 소매치기, 날치기 등은 점점 사라지고 피싱, 스미싱, 파밍 등 새로운 트렌드의 범죄가 늘어나면서 그 피해도 엄청나다.

    파출소를 찾아온 피해자분들의 눈물겨운 사연을 들어보면, 식당 주방에서 일하며 어렵게 모은 2000만원, 일용노동으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은 1000만원, 자영업을 하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대출금 이자 전환의 미끼에 속은 피해자 등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아 더욱 안타깝고, 특히 고령의 어르신들이나 여자분들은 “이제 그만 살아야겠다” “자식들 볼 면목이 없다” “좀 살려 달라”는 등 호소를 하며 심리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새로운 유형의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한계점에 부딪쳐 피해는 계속 늘어만 가고, 피해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는 데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피해 사연 중에는 금융기관. 이동통신사와 신속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피해가 많아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며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관련 기관과 긴밀하고 신속한 협조가 이뤄져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렵게 모은 나의 소중한 재산이 범죄자들에게 한순간에 넘어간다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삶의 질을 나빠지게 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유형의 범죄가 생겨날 수 있는 만큼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기이다.

    김현수(밀양경찰서 중앙지구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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