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유엔·파병군인 등 사칭해 온라인 접근, 정 쌓은 후 돈 노린다

신종 사기 ‘로맨스 스캠’ 기승
진해 60대男, 시리아 근무 미군의관
사칭 여성에 SNS 메시지 받아

  • 기사입력 : 2021-04-06 21:32:15
  •   
  • 창원시 진해구에 거주하는 A(63)씨는 최근 모르는 외국인 여성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본인을 시리아에서 군복무 중인 미합중국 여성 군의관 B(41)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A씨에게 본인의 카카오톡 ID를 알려주면서 약 5일간 연락을 주고 받았다.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줬다. 이 여성은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부산 출신 한국인으로 자신이 10살 때 양친이 숨진 이후 미국의 정부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12살 딸을 키우는 미혼모이며, 군 전역 이후 딸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도 말했다.

    시리아에서 복무 중인 미 군의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가 A씨에게 보낸 사진./A씨 제공/
    시리아에서 복무 중인 미 군의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가 A씨에게 보낸 사진./A씨 제공/

    B씨는 때론 서툴고 때로는 능숙한 한국말로 A씨와의 친분을 다졌다. 이 여성은 추후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의사를 강조하면서 한국의 집값이나 주변 인프라 등을 묻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B씨는 A씨에게 자신이 전역 신청을 했고 시리아 정부로부터 평화유지 임무에 힘써준 보상으로 130만달러(한화 14억5860만원)를 현물로 받았다고 전했다. B씨는 시리아가 현재 내전 중이라 은행을 이용하지 못한다며 국제 탁송업체를 통해 이 현물을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A씨에게 보내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면서 탁송료 4500달러 입금을 요구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사랑을 하는 것처럼 접근해 상대방의 돈을 갈취해 가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로맨스 스캠이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romance)’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scam)’이 합쳐진 말로, SNS 등으로 친분을 쌓은 뒤 돈을 갈취해 내는 사기 기법을 뜻한다. 심리적으로 외로운 중·장년층을 겨냥한 범죄로, A씨는 다행히 돈을 건네지 않았지만 매년 꾸준히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홍콩에서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60대 여성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성에게 한화 260억여원의 사기를 당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한국인 남성에게 여성인 척 접근해 현금 100만원을 빼앗은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도 사기 혐의로 집계되기 때문에 별도의 통계 분석은 힘들지만, 일주일에 1~2건의 피해·상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의 패턴은 대부분 똑같다. 주로 유엔 소속이나 파병 군인, 의사 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길게는 몇 달씩 교감을 나누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하고도 믿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SNS로 소통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돈을 요구하면 사기에 대한 의심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한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