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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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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잠시 멈춘다는 것- 김성수(한국전통민속예술보존회장)

  • 기사입력 : 2021-03-25 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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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르 드 프랑스는 프랑스에서 매년 7월 3주 동안 열리는 세계적인 프로 도로 사이클 경기다.

    1903년부터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7월에 3주간 열리고 있다.

    3500㎞를 20구간으로 진행되는 죽음의 레이스 투르드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열리는 연례 프로 스포츠 경기 중에서 관중 수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경기이다. 2003년 대회에서 결승선을 9.5㎞ 남기고 피레네 산맥의 뤼즈 아르디당 정상을 향하던 랜스 암스트롱은 응원을 하는 꼬마아이의 손에 들고 흔들던 비닐봉지가 핸들을 감으면서 암스트롱은 낙차 했다.

    암스트롱의 낙차로 그 뒤를 따르던 만년 2등 독일의 ‘얀 울리히’는 투르드 프랑스의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얀 울리히는 암스트롱을 기다렸다. 결국엔 암스트롱이 최종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얀 울리히의 이 기다림은 거룩한 기다림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만약 우리가 얀 울리히였다면, 우승을 목전에 두고 암스트롱을 기다려 주었을까?

    사람들은 얀 울리히의 그 기다림을 “위대한 기다림”이라 부르는 이유가 진정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넘어 기다림의 가치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울리히 선수는 만년 2위의 한을 벗어 던질 절호의 기회였지만 암스트롱이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할 때까지 그는 묵연히 멈춰서 있었다. 숨가쁘던 피레네 산맥도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던 지구 위의 사람들도 울리히와 함께 숙연히 멈춰 섰다.

    이 아름다움 멈춤 앞에서 마음을 비움으로써 더 많은 것을 채우고,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스스로를 영원한 생명으로 되살리는 그런 부활의 정신을 깨닫게 된다. 피레네 산맥 위에서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 간의 진정한 우호의 정신을 우리는 어떻게 본받을 수 있을까?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구역 위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양보와 포옹의 멈춤이 필요하다. 멈춤 속에서 서로를 살리는 나눔의 희망과 진정한 이웃사랑의 생명수를 퍼 올리는 지혜를 우리는 가질 수 없을까?

    김성수(한국전통민속예술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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