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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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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지방대 입학정원 미달사태에 부쳐-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3-21 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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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년에는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지방의 많은 대학들이 입학 정원의 미달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수도권에서 먼 지방대학부터 몰락할 것임을 벚꽃 피는 순서에 빗대어 공공연히 예측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인원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고, 그럼에도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을 고려할 때 이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방 대학의 생존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대학의 진정한 위기일까?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혹은 이 문제가 해결되었을 경우의 대학들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대학이라는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대학의 진정한 위기는 따로 있고, 또한 진작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대학이 그 기능을 상실하고, 학생들도 대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이라는 곳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곳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의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이 필수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회가 오히려 더 건강한 사회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이 그 기능을 다한다면, 대학은 이 사회의 한 구성 부분으로 앞으로도 존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기능은 무엇인가?

    대학의 기능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대학의 기능은 대학에서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의 기능은 결국 그 사회 속에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실제로 대학은 그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취업이 중요시되는 현실에서 대학 또한 취업을 준비하는 곳으로 기능하기도 하고, 또한 취업률로 대학 자체를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취업만으로 대학의 기능을 한정하기도 어렵다. 특히 직업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요즘과 같은 때에는 대학에게 요구되는 것은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필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것은 취업을 전제로 하고 그에 맞춰 대학을 진학한 학생이건 그렇지 않은 학생이건 자신의 인생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환경에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이 학생들이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현재의 대학이 담당해야 하는 중요한 기능이 아닌가 자문하게 된다.

    아무런 선택지 없이 획일화된 교육을 받는 것에서 간신히 벗어나 뭔가를 결정하고 그 책임을 느낄 수 있는 이 때에 당장의 취업과 같은 가까운 미래에만 연연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 대학이어야 하고 대학도 이를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닐까?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건, 대학의 기능을 고민하고 이를 회복하고자 하는 고민은 지금 당장에 존폐 위기를 마주한 지방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대학이 고민해야 할 문제임은 자명하다. 그리고 대학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현재 살아남기 급급할 수밖에 없는 지방 대학들의 경우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파격적인 개혁도 대학의 기능을 도외시한 체 이루어진다면 그 효과는, 설령 성공적이라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대학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만이 당장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정성헌(경남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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