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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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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김치 파동-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3-21 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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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다란 구덩이에 절인 배추가 가득 들어 있다. 옷을 벗은 남성이 물속에 몸을 담근 채 잔뜩 녹슨 굴삭기에 배추를 옮기고 있다. 구정물 같은 소금물은 한눈에 봐도 매우 탁한 색을 띠고 있다. 신발을 신고 절인 배추를 밟고 다니기도 한다. 트럭에 실린 배추는 쓰레기더미 같다. 마른 고추 더미에서는 쥐떼가 들끓는다.

    ▼최근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국 절임배추의 비위생적인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들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영상들이 논란이 되자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에서 “수출용 김치는 이렇게 담그지 않는다”고 공식 해명을 했다. 그러나 국내 김치 수입량의 99% 이상이 중국산 김치인 만큼 일부가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어 이 같은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김치 제조업소 현지실사에서 중국의 45개 업체 중 14곳이 부적격으로 적발돼 무더기로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특히 7개 업소는 수입중단 조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법률 미비로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조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국산 김치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중국산 김치에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고, 중국산 수입 김치 9개 제품에서 기생충이 발견돼 불안을 키웠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 불만이 크지만 가격이 3배 이상 차이나 국산으로 쉽게 갈아탈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오는 7월부터 수입 배추김치에 대해 단계적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이 의무화된다고 한다. 안전성이 확보된 배추김치만 국내에 수입·유통될 때까지 중국산 김치에 대한 공포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씁쓸하기만 하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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