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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보름달과 초승달- 이준희(광역자치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3-15 20: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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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보름달. 농경문화를 기본으로 삼던 우리 조상들은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을 소중히 여겼다. 이날이면 가족 건강과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며 지난가을에 수확한 여러 잡곡을 섞어 만든 오곡밥을 지어 먹었고, 한 해의 액운과 소원성취를 빌며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겼다.

    ▼달은 위상변화에 따라 삭-초승-상현-망-하현-그믐-삭을 반복한다. 이때 실제 달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29.5일에 거쳐 지구-태양-달의 위치 변화에 따라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달은 태양 빛을 온몸으로 반사해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보름달과 초승달은 빛의 반영 정도다.

    ▼보름달은 충만하지만 공허하다. 대신 초승달은 미약하지만 강성의 기운을 품고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660년 백제 의자왕 20년에 궁궐 땅속에서 발견한 거북이 등에서‘백제동월륜, 신라여신월’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왕이 무당에게 물으니 “백제는 만월처럼 찼으므로 기울 것이며, 신라는 초승달 같으므로 장차 흥할 것이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예견대로 백제는 신라에 의해 멸망했다. 이처럼 보름달은 충만하지만 비우기 위한 준비이고, 초승달은 빈약하지만 채움을 위한 시작이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무엇인가 가득 차면 빠지고 다시 채워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권력과 힘도 마찬가지여서 언젠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순리일진데 많은 사람이 이를 잊고 순리에 역행하려 한다. 자신은 평생 높은 자리에 머무르며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얼마나 공허하고 허무한 일인가? 비움은 버림이 아닌 또 다른 채움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

    이준희(광역자치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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