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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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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미술관과 전시-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 기사입력 : 2021-03-14 2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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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을 구성하는 3요소는 사람, 공간, 작품이며 그 기능은 수집, 연구, 전시,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구성과 기능 위에는 이용객이 있다고 하겠다. 이는 미술관의 존재 가치란 대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공용성과 공효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술관이 선택하는 작품은 첫째로 미술사적 가치로서 세대를 넘어 기억될 역사성을 중요시한다. 두 번째로는 미학적 가치로서 철학적 입장을 말한다. 세 번째로는 미디어적 가치로서 작품이 대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네 번째로는 사회적 가치로서, 국내외적인 문제점에 대하여 참여하고 판단하여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는가에 대한 관점이다. 이러한 선택 조항은 미술이 지극히 주관적 판단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표현 영역이지만, 그 표현물이 지니는 대 사회적 영향에 대한 판단은 객관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객관성의 유지는 언제나 미술관의 독립성을 담보하게 된다. 이 독립성은 미술품의 대 사회적 역할인 공효와 공용이라는 보편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있기에 유지될 수 있다.

    인간의 사유(思惟)는 공간과 시간을 이분법적 인식으로 동일시하여 규정하고 판단하여 왔다. 그러한 역사의 결과로 이제는 시공간이 인간의 사유를 지배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공간을 이분법적 인식의 사유가 아닌 일원적 입장에서 해석한 전시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개최되어 어제인 14일에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바로 ‘살어리 살어리랏다’이다. 설치 미술가로서 국제적 명성을 날로 더해가는 최정화 작가와 우리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더불어 꾸민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 지역이 처한 현재적 상황 아래에서, 지역민의 사유와 시공간이 역사 속에서 서로 여하히 간섭하였는가를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최정화 작가는 경남의 역사 속에서 현재를 확인하고, 이 현재가 그 역사인 동시에 미래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통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20년 역사를 가진 지역 기업인 마산청과시장 상인들의 수 십 년 손때 묻은 손수레로부터, 마산 수협의 생선 상자, 바다 양식장의 폐어구와 폐선박을 주민들과 더불어 수집하여 미술관으로 들여서 그에 깃든 애틋한 삶의 사연과 애환을 미학적 공간으로 시간성을 일치시켰다. 또한 삼시세끼 우리의 끼니를 정갈히 차렸든, 그러나 이제 쓰레기로 전락한 식기들을 도민으로부터 기증받아 삶에서 사유와 시공간이 일치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웅변하는 작품으로 인류세(人類世)를 제작하였다. 즉, 미술의 영역이 드디어 작가와 관람자가 상대적이 아닌 하나로서 융합되는 일원성을 연출한 것이다. 이는 시공간이 일원적임을 미술로서 보여준 것이자, 너와 내가 상대적이 아닌 대대적(對代的) 관계임을 여실히 표현한 것이다.

    미술관의 전시 구성은 단순히 작가의 작품들을 수집하여 설치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성(時宜性)을 담보하여 기획을 하고 그에 따른 작품의 분석과 작가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오늘이 3·15의거 61주년이다. 민주, 자유를 향한 의로운 외침의 그날이다. 도립미술관은 작년 3·15의거 60주년에 즈음하여, 이 의로운 외침을 피의 역사로만 보는 것이 아닌 미학적 입장에서 해석한 ‘새로운 시(詩)의 시대’라는 전시를 기획하였었다. 흘리는 피는 처참하지만 그 꽃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역사에 대한 인식의 재해석이었다. 근자의 보도에 의하면 3·15의거에 관련된 기념의 방법으로 여러 가지 현장 복원 사업을 주장하고, 동상 건립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이제 피를 피로서만 보는 한계를 벗어나 초월성을 경험적 인식 체계에 깃들게 하여 그 의로운 외침이 지남(指南)한 꽃을 피워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김종원(경남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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