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3일 (화)
전체메뉴

[경제인 칼럼] 딸기는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이강서(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1-03-14 20:15:16
  •   

  • 애플사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처음 출시했던 2007년을 회상해 보자. 그 작은 기계가 세상을 이렇게 빠르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마도 극소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최근 또 다른 일상이 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각국은 식량주권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자국의 먹거리 확보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코로나가 발생하자 지난해 3월부터 자국의 식량안보를 이유로 쌀의 대외수출을 중단하였고, 미국, 호주 등 일부 국가 역시 곡물 수출금지를 검토하기도 하였다.

    한편,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는 세계 인구가 현재의 76억명에서 2050년에는 100억명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1인당 소득 증가로 육류 소비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식습관 변화는 사료곡물의 수요를 증가시켜 필연적으로 세계 식량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짐 로저스 같은 세계적인 투자가도 이런 전망을 배경으로 미래의 가장 유망한 산업은 농업분야라고 말한 바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은 크게 나눠 식량안보, 환경·생태적 보전, 농촌경관 보전, 국토의 균형발전 등이라 할 수 있는데, 다른 기능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근의 기상이변과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로 볼 때 식량안보 문제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며 종전의 비즈니스모델과 사고방식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 각국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업의 스마트 산업화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고, 빅 데이터를 가진 수확용 AI로봇이 과일의 당도와 색깔을 판별하여 상품성 있는 것만 수확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모빌리티 혁명이라면 IoT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농업이 제2의 농업혁명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볼 때, 농촌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됨에 따라 농업은 힘들고 수입도 적은 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오히려 IT역량이 풍부한 젊은 세대들이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어그테크(Ag-Tech)’에 도전한다면, 농촌에서 농업분야뿐만 아니라 농업 외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 금융과 IT기술이 결합한 ‘핀테크’ 기업이 급성장 하듯이 농업과 IT기술이 만난 ‘어그테크’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관행농업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집약적인 농업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

    예로부터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는데, 이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농업도 스마트화로 인해 농작물이 농부의 발소리보다는 빅데이터와 무선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마치 우리가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우리의 일상생활이 급격하게 변화될 줄 몰랐던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농산업의 변화 역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강서(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