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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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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병들어 서러운 마음만은 없게 하리라

  • 기사입력 : 2021-03-08 08: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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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모든 근심을 우리가 다 감당할 수 없지만, 병들어 서러운 마음만은 없게 하리라.”

    인천사랑병원가(歌)의 한 구절이다. 만성질환자들은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장애와 더불어 건강문제가 장기간 진행되는 경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죽음에 대한 불안, 가족과 사회집단 내에서의 관계 및 역할 변화, 건강상실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 등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좌절하게 되며 삶을 포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만성질환자들의 증가로 간호도 생명의 연장이나 질병의 치유뿐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히 말기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손상되어 신기능이 회복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생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신장이식을 하거나 장기적인 치료로서 복막투석 또는 혈액투석을 시행해야 한다. 혈액투석환자들은 전해질 이상, 빈혈 등 내과적 문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수면장애, 식이제한으로 인한 압박감, 막대한 경제적 부담, 우울, 둔마된 감정을 경험하고 있다. 질병으로 신체기능 및 역할 기능이 상실이 야기되어 신체상 변화가 초래되고, 이전에는 가능했던 일들을 수행하지 못하여 좌절하게 됨으로써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말기신부전으로 인해 여러 합병증이 발병되고, 오랫동안 이식을 받지 못하여 혈액투석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석치료는 신장이식을 받기 전까지는 계속되어야 하는 길고도 힘겨운 과정일 수밖에 없기에 필자의 병동은 투석환자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투석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는 매우 복잡하고 개별적인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다.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풍부한 임상경험이 있는 신장내과 전문의와 투석전문 간호사가 근무하는 인공신장센터, 혈액투석 병동의 간호사, 물리·작업·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직군이 어우러진 다학제 의료를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임상영양사의 식이상담을 통해 환자 개별적 기호와 건강을 고려한 32가지의 식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와 라포 형성을 필두로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일주일에 세 번, 한 회당 4시간가량을 받아야 하기에 투석치료는 일상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투석 중 독서나 조용한 음악 감상 등 옆 사람의 방해 없이 치료받고 싶어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본원의 인공신장센터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혈액투석환자 전용 체어를 도입해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에 있는 것처럼 편안한 휴식과 자유로움을 제공한다. 간호사에게 향해 있던 침대도 창밖 풍경을 감상하도록 발상을 전환했다. 최근 환경 개선되어 운영 중인 혈액투석병동은 오랜 시간 병실에 머무르며 치료와 요양을 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제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병동과 투석실과의 최단 동선으로 이동 불편을 없앴으며 의료진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환자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개인적 공간과 다양한 시스템이 적용된 4인실은 안정가료에 큰 도움을 준다.

    혈액투석 환자에게는 비단 최고의 의료진과 환경뿐만 아니라, 환자 스스로 치료 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공감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료진은 혈액투석 환자들 스스로가 인간 존엄을 지키며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지지해주며 정신적 만족감을 갖고 사회생활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손혜정 (희연병원 간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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