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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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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나비의 마음- 류경일

  • 기사입력 : 2021-03-04 08:07:05
  •   

  • 학교 화단 앞에서

    노랑나비를 만났다

    나는 나비와 부딪칠까봐

    멈칫

    나비도 나와 부딪칠까봐

    멈칫

    순간 나비가 나를

    저만치 비켜 지나갔다

    조그만 나비가

    나보다 마음이 넓다


    ☞ 봄은 설레는 계절이다. 코로나가 시절을 압박해도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아이들은 새 학년이 된다. 시끌벅적한 입학식은 못 해도 새 가방 메고 학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 궁금해하던 새 친구도 만난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친구 얼굴 익히기가 쉽지 않고,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 얼굴 익히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 3월의 어느 날, 학교 화단 앞에서 노랑나비를 만났다.

    작고 여리고 사랑스럽기로 친다면 노랑나비와 아이가 비슷하다. 아이는 나비에 손을 내밀어 인사하고 싶기도 하지만, 몸은 저절로 멈칫한다. 노랑나비는 아마 이번 봄에 태어나 세상 구경을 처음 할 것이다. 노랑나비가 아이를 보고 멈칫한 그 순간, 나비와 아이는 교감한다. 동심을 가진 시인은 고운 날개를 팔랑거려 길을 비키는 노랑나비의 넓은 마음에 매료되고 말았다.

    노랑나비 앞에서 멈칫, 하고 싶은 날이다. 아마도 우리는 노랑나비를 보면 반가운 마음에 휴대폰 카메라를 먼저 갖다 댈 것이다. 멈칫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 앞에서 나비는 애틋한 날갯짓으로 길을 비켜줄 것이다. 창원 거리에도 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벌어지더니, 목련 봉오리가 부풀어 올랐다. 꽃들 위에서 멈칫하는 노랑나비를 만나면, 나비가 넓은 아량을 베풀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전해보고 싶다.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 될까, 하고.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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