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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0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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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최근의 이른바 ‘학폭 미투’ 현상을 보며-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1-02-23 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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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학창시절에 당한 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하는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학교 폭력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가요계에서 비롯된 불씨가 스포츠계를 거쳐 연예계와 공직자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학교 폭력 미투’인 셈이다. 가해자를 향한 사회 구성원들의 반응도 매서워서, 일벌백계 차원의 준엄하고 가혹한 조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드세다. 가해자들이 서둘러 공개 사과를 해보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맺힌 마음은 물론 들끓는 사회여론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사실이 확인된 가해자들은 스스로 활동 영역에서 퇴진하거나, 자격박탈·징계·계약파기 등을 당하여 그동안 자신들이 일궈 온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사회문제들이 그러하듯이, 제도적 및 전문적 차원에서 기울여지는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 폭력 문제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초·중·고교생들을 상대로 한 교육부의 전수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최근 몇 년 간의 피해 응답률 추이를 보면, 2014년부터 얼마간 감소하던 것이 2017년 이후 2년 간은 증가세로 반전되었다.

    2020년에는 그 비율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이것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학생들의 접촉 기회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사회적 노력의 성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이버 불링’이라 불리는 사이버 폭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불식하기 어려운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이 자리에서 무슨 대단한 묘책을 내놓을 처지는 못 된다.

    여기서는 다만 최근에 이어지고 있는 학교 폭력 미투 현상에서 공히 발견되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생각을 잠깐 내비쳐 볼까 한다. 해소되지 못한 채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피해자 내면의 문제, 특히 가해자를 향한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문제가 그것이다. 자신을 피폐의 늪으로 빠트리고도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없었던 가해자가 사회에서 유능하고 괜찮은 인물로 각광받으며 천연덕스럽게 활동하는 모습에 잠복해 있던 울분이 치미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겠고, 진실을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도 했을 법하다. 보복하고 싶은 마음인들 없었겠는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과거에 피해자 치유, 가해자 조치, 분쟁 조정 등이 이뤄졌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양자 간 관계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피해자만 깊은 속앓이를 해 왔을 것임을 보여준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상호간에 깊은 수준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이해와 수용이 가능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사과와 용서의 마음이 교환되어 훼손된 양자 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양자를 분리하여 조치하는 방법으로는 상충하는 이들의 욕구를 조정하고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관계 회복을 꾀하는 접근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물론 아주 새로운 방안은 아니다. 이미 교육 현장 등에서 관련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있는가 하면, 이런 접근이 피해자의 부정적 정서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밝힌 연구와 성공 사례도 허다하다. 현재 직면해 있는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룰 때 이런 관계 중심의 접근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덧붙여, 과거의 폭력 사실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당사자 간 관계에 이 접근법을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 사과와 용서 및 화해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미투에서 지목된 가해자들이 그럴 기회를 간원하고 있고, 늦게라도 사과를 받으니 쌓였던 문제가 많이 해소되더라는 피해자의 술회도 있다. 가해자의 잘못에 대해서는 마땅히 책임을 묻고 그 값을 치르게 해야 하지만, 진솔한 사과와 용서를 거쳐 양자가 모두 새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방법은 궁리하면 나온다.

    감정기(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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