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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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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후위기는 하얀 백조다-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21-02-23 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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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은 토템 신앙을 이겼다. 할머니는 장독대 위 정화수를 내렸다. 며느리 뱃속 손주를 위해 삼신할머니보다 산부인과 의사를 찾는다. 할머니는 안절부절못했지만 인정했고, 생각과 행동이 변했다.

    우리도 변했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 때문일까, 우리는 무엇인가 혼란스러울 때 짧게 질문한다. ‘그래서 팩트가 뭐야’ 물을 때마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을 모아 진실을 증명한다. 딱딱한 과학이 일상용어가 되어 우리 삶을 지배한다.

    기후 위기는 팩트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발표한 ‘지구 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달성하지 않으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10년간 인류에게 다가올 위험 요인 1위가 기후 위기, 2위가 기후 위기 대응 실패라고 한다. 이 밖에도 증거는 차고 넘친다. 과학이 우리 경제구조와 삶의 양식이 모두 틀렸다고 한다. 이것이 과학이 말하는 진실이다.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검은 백조(The black swan)’라고 한다. 트럼프는 기후 위기에 분노하며 거리에 나온 아이들을 분노 조절 장애자라고 비아냥거렸다. 일부 언론과 기업가들은 기후 위기에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해 에코테러리즘이라고 비난한다. 기후 위기는 근대 산업 문명이 만든 당연한 결과다. 검은 백조가 나타난 것이 아니다.

    안쓰럽다. 기후 위기 부정론자는 검은 백조를 만난 듯 안절부절못하며 그들이 신봉한 과학을 부정한다. 해결책을 몰라서가 아니다. 외면하려는 이유는 해결하는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도 조용히 있기를 바란다. 조용히 있고 외면하면 그들의 이익이 더 많아지는 사회 구조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안다.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기후 위기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은 완벽한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위기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사회 구조로 생태 전환을 원한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더 좋은 삶을 선택할 차례다. 기후 위기를 검은 백조를 보고 놀란 것처럼 행동한다면 우리 미래는 없다.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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